[한마당] 병사 월급

입력 2022-01-13 04:10

“먹여주고, 재워주고, 게다가 입혀주기까지 하는데 돈 쓸 데가 어디 있냐.” 입대 후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핀잔 중 가장 동의하기 어려웠던 말이다. ‘돈 쓸 데가 천지에요’라며 반박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삭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PX에 한두 번 갔다 오면 채 1만원이 되지 않은 월급은 금세 동나기 일쑤였다.

올해 병장 월급은 67만6100원이다. 상병 61만200원, 일병 55만2100원, 이병은 51만100원을 받는다. 병장 기준으로 올해 최저임금의 35% 수준이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 상태에서 이 정도면 적어도 월급 1만원 미만 때의 ‘애국페이’ 수준은 넘어섰다. 2002년 2만원대였던 병사 월급은 2011년 10만원, 2017년 20만원 선을 넘었다. 가장 많이 오른 때는 2018년으로 전년 대비 무려 87.8%나 인상됐다.

대북 강경책을 편 보수 정권에서보다 진보 정권에서 병사 월급이 더 많이 오른 건 아이러니다. 병사 월급은 노무현정부 때 연평균 24.2% 오른 반면 이명박정부에선 동결되거나 소폭 인상에 그쳤고, 박근혜정부에서도 10%대 인상에 머물렀다. 그러다 문재인정부 들어 다시 대폭 인상됐다.

이에 따라 전역시 적금을 타는 병사도 생겼다. 병사가 월급을 적금에 넣으면 나라에서 적립 금액의 3분의 1을 얹어주는 ‘장병내일준비적금’ 덕분이다. 최대 금액인 월 40만원을 납부할 경우 ‘은행 기본금리 5%+정부 제공 1% 추가이자+매칭 지원금(원리금의 33%)’의 우대조건으로 18개월 복무 후 전역시 약 1006만원을 모을 수 있다고 한다. 애국페이 시절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병사 월급 200만원’을 공약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도 맞장구를 쳤다. 월 200만원은 병사들의 헌신과 노고를 생각하면 결코 충분하다 할 수 없다. 관건은 재원이다. 재원 마련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같은 현실을 도외시한 공약(空約)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