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유권자인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성동구 할아버지공장 카페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관련 질문에는 함구하거나 녹음기를 튼 것처럼 같은 대답만 내놨다.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의 파괴력을 고려해 섣부른 언급을 자제하면서 우선 독자적으로 지지율을 반등시키겠다는 의도다.
‘윤석열 후보로의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윤 후보는 “제가 언급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단일화 없이 4자 구도(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로 대선을 치를 경우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선거운동을 한창 하고 있는 와중에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며 재차 선을 그었다.
이날 윤 후보는 약 50분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단일화 이슈 외에도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한 줄짜리 공약 ‘여성가족부 폐지’를 올려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윤 후보는 “기대했던 만큼 여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많은 국민이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동·가족·인구 관련 문제를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가부를 대신하는 부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여가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지급 등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공략하는 데 치중해 여성 유권자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해 그들의 표심을 얻겠다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윤 후보는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에 대해서도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상식이 청년 병사라고 해서 예외는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자신의 차별점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시장 원리를 존중하고 과학과 데이터를 기반해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며, 인재를 발탁할 때는 오로지 능력만 볼 것”이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코로나19 관련 토론회와 대한간호사협회 간담회에 잇따라 참석하며 코로나 방역 대책을 챙겼다.
특히 윤 후보는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토론회에서 “지금 정부의 방역패스 정책은 비과학적이고 무리하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만원 버스와 지하철은 방역패스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마트와 백화점은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환기가 잘 되는 시설에 대해서는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 ‘환기등급제’도 제안했다. 그는 “환기 정도에 따라 감염 전파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질병관리청 자료로도 확인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어 서울 중구 대한간호사협회를 찾았다. 윤 후보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라는 터널 속에서 간호사들에게 사명감만 요구하며 무거운 짐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간호사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고, 업계 숙원인 간호사법 제정에도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이가현 구승은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