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1일 처장과 차장을 포함한 검사 전원이 참여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가 수사 절차 등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상황을 언급하며 수사 과정의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40분까지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김 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비롯한 검사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여파로 자가 격리 중인 검사 3명을 제외한 총 20명이 참석했다.
검사들은 통신자료 조회 및 압수수색 논란, 관행적 수사에 대한 적절한 통제,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수사 방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효율적 수사를 위한 직제·조직 개편, 사건사무규칙 개정 방향 등도 논의됐다. 공수처는 매월 검사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김 처장은 모두발언에서 “공수처 검사들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 ‘성찰적 권한 행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논란으로 힘든 시기지만,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도 고려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를 위해 지혜를 모아달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정보인권연구소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 수집 문제와 해결방안’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 제공 요건을 강화하고, 자료 제공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동석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좌담회에서 “형식적으로는 사업자가 통신자료 요청을 거부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공권력 요청을 거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은 지난달 8일 김경율 회계사가 자신의 통신자료가 공수처에 제공됐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공수처에 비판적 보도를 한 기자와 그들의 가족 및 지인 등도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확산됐다. 일부는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수집 대상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달 24일 “외부 인사를 주축으로 공수처의 기존 통신 관련 수사 활동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하지만 이후로도 야당 의원과 일선 검사, 민간인까지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 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편 이진성 전 헌법재판소 소장은 지난해 12월 헌재 자문위원장에 위촉되면서 공수처 초대 자문위원장에서 사임했다. 후임 위원장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