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돼지 심장의 사람 이식 수술이 이뤄진 데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 연구의 한 획을 그었다” “부족한 장기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등으로 긍정 평가했다. 다만 많은 전문가는 “3~4일 환자 생존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긴 이르며 최종 성공 여부는 6개월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박정규 서울대의대 교수는 11일 “유전자를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 심장을 영장류(원숭이)를 넘어 사람에게 심어 이종 간 이식의 가장 큰 걸림돌인 초급성면역거부반응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종 간 심장이식의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이식 외 치료방법이 없는 말기 심장질환자들의 생명 유지를 위한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심장이식팀 오재원 교수는 “뇌사자 심장을 받을 때까지 돼지 심장으로 시간을 버는 ‘브리지(가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현재도 심장이식 전까지 ‘좌심실보조장치(VAD)’라는 일종의 인공심장을 쓰는데, 이 기계장치를 사용 못하는 환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급성면역거부반응의 극복 여부를 판단하려면 최소 한 달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 교수는 “면역거부반응 해결을 위해 사용하는 면역억제제는 ‘양날의 칼’이다.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곰팡이나 바이러스 등의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며 “이 기간을 잘 넘기면 초기 성공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선 돼지의 췌도(췌장세포 덩어리)를 1형 당뇨병 환자(2명)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