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논란으로 ‘오너리스크’에 휩싸였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스타벅스 불매운동은 확산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발언이 계속 사회문제로 비화하면 주식시장 상장을 앞둔 SSG닷컴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는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1.5% 하락한 1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8년 중국에 법인을 세우고 중국 시장을 공략해 왔다. 정 부회장이 ‘멸공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별개로 이미 중국 공산당을 자극해 대중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신세계그룹의 상장 계열사 주가도 하락세다. 이날 이마트(14만6500원, 1.68% 하락), 신세계I&C(17만9000원, 2.72% 하락), 신세계푸드(7만6200원, 2.43% 하락) 등 계열사들의 주가가 대부분 내렸다. 전날 6.8%나 추락했던 신세계 주가는 2.58% 반등해 23만9000원에 마감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판단한다. 주가 하락을 떠안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정 부회장이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집단소송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까지 등장했다.
정 부회장의 오너리스크는 올해 상장 예정인 SSG닷컴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상장 심사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발언을 계속한다면 ESG 관련 심사에서 부정적 요소로 평가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매운동 확산으로 매출 실적이 나빠지면, 이것도 상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은 ‘멸공’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소셜미디어 활동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북한이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한 발을 발사했다’는 보도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유하면서 “○○”이라고 적었다. 정 부회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빈칸에 “멸공”이라고 적는 릴레이 댓글을 달았다. 이 게시물은 올린 지 몇 시간 뒤 삭제됐다.
여기에다 ‘정용진 보이콧’ 흐름은 커지고 있다.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SSG랜더스 유니폼을 입고, 스타벅스 텀블러를 늘어놓고, 일베 손동작을 보이며 방송을 한 화면이 공유되면서 불을 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스타벅스 기프티콘 환불 인증 등을 공유하고 있다.
한편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 계정에 ‘정용진 보이콧’ 포스터를 공유하며 “업무에 참고하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가 “누가 업무에 참고하란다”라고 고쳐놓았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