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40일 남짓 앞두고 찾아오는 ‘DJ 킹메이커’ 이야기

입력 2022-01-12 04:07
영화 ‘킹메이커’에서 정치인 김운범(설경구·위)과 ‘그림자 참모’ 서창대(이선균)는 같은 뜻을 이루기 위해 손을 잡지만 수단과 방법에 대한 생각이 달라 대립하게 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앞에 같은 꿈을 가진 선거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나타난다. 뜻은 원대하지만 정치적 열세에 놓인 김운범에게 서창대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세상에 존재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 선거판을 뒤흔드는 서창대 덕분에 김운범은 연이어 선거에서 이긴다.

마지막 승리를 앞두고 두 사람에겐 틈이 생긴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게 된 김운범은 서창대로부터 선거에 유리한 판세를 만들 수 있는 ‘쇼’를 제안받지만 거절한다. 감정의 골이 신뢰의 균열을 만들고 갈등은 점점 커진다. 두 사람은 함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영화 ‘킹메이커’는 고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참모 엄창록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팬데믹 때문에 개봉이 미뤄지다가 대선을 40여일 앞둔, 설 연휴 직전에 개봉하게 됐다. 의도치 않았지만 소재와 타이밍이 절묘하다.

작품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은 “‘김대중 자서전’을 읽던 중 단 몇 줄 언급돼 있던 남자(엄창록)에게 호기심을 갖게 됐다”면서 “기사 같은 자료보단 야사 위주의 구전된 이야기들이 많았고 정보는 별로 없었다. 이런 인물이라면 영화적 상상력을 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주연 배우들은 실존인물 이야기여서 부담이 있었다는 고충을 지난달 언론시사회에서 털어놨다. 설경구는 “연설 장면을 참고하긴 했지만 실제 인물을 모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김운범에게 접근하는 부분이 어려웠다”며 “처음 대본 리딩을 할 때는 목포 사투리를 연습해 갔는데 나중에 다 걷어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이선균은 “모티브가 있는 역할이지만 정보는 없다 보니 상상력을 많이 더해 연기했다”며 “왜 이 사람은 앞에 나서지 못하고 그림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계속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했지만 고증에 치중하진 않았다. 오히려 감독의 오랜 고민을 메시지로 던졌다. 변 감독은 “내가 올바르다고 믿는 목적을 위해선 올바르지 않은 수단도 정당한가, 정당할 수 있다면 그 선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물음이 어릴 때부터 있었다”며 “정치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 녹아 들어가는 질문”이라고 했다.

영화는 갈등을 겪는 두 사람의 심리전을 밀도 있게 그린다. “옛날에 그리스 살던 아리스토텔레스란 아저씨가 이런 말을 했수다. ‘정의가 바로 사회의 질서다’”라고 말하는 김운범에게 서창대는 “플라톤은 ‘정당한 목적에는 수단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했었죠. 플라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입니다”라고 받아친다.

감독은 자칫 무겁고 지루할 수 있는 정치 이야기를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냈다.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연출은 특히 눈에 띈다. 두 인물이 함께 있는 장면에서 김운범은 더 크고 밝게 표현된다. 출생에 얽힌 사연 때문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서창대는 상대적으로 작고 어둡다.

영화엔 유재명 조우진 배종옥 박인환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출연해 몰입감을 높인다. 러닝타임은 123분, 개봉은 오는 26일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