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와 자금조달, 공모지침 마련과 사업자 선정으로 2014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의 역할을 분담해 온 핵심 5인방이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한)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는 교정시설 코로나19 감염 여파로 안면 보호대를 쓰고 비닐 옷을 입었다. 불구속 상태인 정영학 회계사와 정민용 변호사는 정장 차림이었다.
1차 공판에서 검사 측의 공소사실 요지 진술과 피고인 측의 입장 표명은 결국 대장동 개발사업이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위한 배임이었는지, 정당한 정책적 선택의 결과였는지를 놓고 엇갈렸다. 검찰은 화천대유에 액수 불상의 시행 이익이 흘러간 반면 공사에는 같은 금액의 손해가 가해졌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들은 예기치 못한 이익을 놓고 시간이 흘러 범죄를 추궁하는 것은 사후확증편향(결과를 안 뒤 사전에 예측 가능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김씨 측은 “우리 모두 지나간 일의 전문가인 것”이라고도 했다.
김씨 측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름도 몇 차례 언급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의 정책 방향에 따른 사업이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사전 모의된 공모지침으로 조사된 ‘7대 필수조항’ 중 제1항인 ‘건설사 배제’도 이 후보의 뜻이었다고 김씨 측은 주장했다. “이 후보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토록 지시했다”는 진술이었다. 이 진술이 알려지자 이 후보 측은 “‘이재명 지시’는 틀린 표현이며, ‘성남시 공식 방침’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는다”고 언론에 입장문을 보냈다.
정 회계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도 대장동 사업을 범죄로 규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 측은 “민간사업자는 실패 시 초기 투자금 등 여러 리스크가 있는데, 공사는 아무런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 변호사 측은 “당시 예지력을 갖고 이와같이 행했을지 의문이며, 설령 그렇다 해도 ‘4인방’과 공모 관계를 유지한 바 없다”고 했다.
검찰은 7대 필수조항을 공사 이익을 줄이고 화천대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의된 결과로 본다. 편파적 심사와 사업협약 체결이 뒤따랐으며 편의 제공에 따른 천문학적인 대가 약속이 이어졌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다. 유 전 본부장 등 4명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진실이 밝혀졌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검찰에 자진 출석해 녹취파일을 냈던 정 회계사는 “공소사실을 다 인정한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