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의 보이콧으로 인해 무중계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관중도 없이 치러졌다. 79년 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조촐했다.
골든글로브는 영화와 TV 부문에서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꼽히지만 최근 각종 논란으로 미국 영화·방송업계가 시상식을 보이콧한 상태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스튜디오, 워너미디어도 시상식에 불참했다. 방송사들이 생중계를 하지 않아 주최 측은 홈페이지 수상 내역만 공지됐다.
할리우드의 보이콧이 지속된다면 골든글로브가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이콧 선언은 골든글로브가 백인 위주의 회원 구성과 성차별 논란, 불투명한 재정 관리에 따른 부정부패 의혹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정기적으로 고액의 임금을 회원들에게 나눠줬으며 87명의 협회 회원 중 흑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폭로돼 논란이 일었다.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브리저튼’에 출연한 흑인 배우의 기자회견을 거부한 사실도 공개돼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골든글로브를 둘러싼 차별 논란은 지난해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를 계기로 더 심화됐다. 골든글로브는 지난해까지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뒀다. 이 때문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미나리’도 작품상, 연기상 등의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TV부문에서도 비영어권 작품이 후보에 오른 경우가 없었다.
비영어권 작품 홀대 비판이 잇따르자 HFPA 측은 지난해 6월 규정을 바꿨다. 외국어 영화와 애니메이션도 작품, 감독, 연기상 후보에 포함하기로 했으나 여론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주역인 배우 오영수와 이정재, 황동혁 감독도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할리우드 보이콧에 김빠진 골든 글로브
입력 2022-01-11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