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사진)가 ‘백신면제 입국’을 두고 호주 정부와 벌인 법정 공방에서 승소했다. 가까스로 호주오픈 4연패 가능성을 열었지만, 당국이 추방 명령까지 고려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라 최종 참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호주 연방순회법원은 10일(현지시간) 입국비자 취소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조코비치 측의 청구에 대해 화상심리를 진행했다. 앤서니 켈리 판사는 “이민법에 따라 인터뷰를 진행하고도 비자를 취소한 (호주 정부의) 결정은 비합리적”이라며 조코비치의 손을 들어줬다. 더불어 “조코비치는 즉시 석방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17일 멜버른에서 열리는 올해 첫 메이저 대회 호주오픈에서 커리어 21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에 도전할 가능성이 열렸다. 최근 3년 연속 우승을 포함해 총 9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호주오픈에서 강세를 보여 왔던 조코비치의 참가 여부는 대회 판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 중 하나다.
스포츠계 대표적 ‘백신 반대론자’인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지난 5일 호주에 도착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호주 정부가 비자 발급을 거부하면서 현지 격리시설에 구금됐다. 조코비치는 지난달 16일 코로나19 확진 후 완치됐고, 주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로부터 ‘(의료적) 백신 예외 조건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반면 호주 정부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것이 백신 면제 자격을 갖췄다는 근거로 볼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당국은 “알렉스 호크 이민부 장관이 직권을 행사해 조코비치의 비자를 취소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비자 재취소를 강행할 여지도 내비쳤다. 법원 결정으로 입국이 허용되더라도 조코비치를 되돌려 보내는 ‘추방 명령’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 조코비치가 실제 추방될 경우 향후 3년간 호주 입국이 불가능하며, 이는 테니스계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 등극을 위해 그랜드슬램 추가 누적이 절실한 그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신경전에 정치적 배경이 짙게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월 총선을 앞두고 확진자 급증세로 위기를 맞은 스콧 모리슨 정부가 조코비치 문제를 부각해 비판을 분산시키려 한다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호주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사이 10만명 가까이 늘어나는 등 누적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