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전·현직 경제부총리가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두고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초대 부총리인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공개 석상에서 “정치 이념이 들어갔다”며 비판했다. 반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거듭되는 ‘자화자찬’ 논란에도 현 정부 경제 분야 정책 성과 홍보에 여념이 없다.
홍 부총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5년간 경제 분야 성과와 과제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드리고자 한다. 오늘부터 15일간 매일 약 3개 내외를 묶어 차례대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 정부가 펴낸 ‘문재인정부 경제 분야 36대 성과’ 책자 상세 내용을 직접 소개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책자에는 부동산 가격이나 국가채무 급등과 같은 경제의 ‘어두운 면’은 하나도 담기지 않았다. 경제부총리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자화자찬성 홍보에 앞장섰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반면 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이자 홍 부총리 전임이었던 김 후보는 직설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공개된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인터뷰에서 부총리 재직 시절 부동산 정책을 두고 청와대 참모들과 고성이 오갔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모 핵심 인사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와 관련해 ‘양도 차익 100% 과세’를 말했다. 제가 깜짝 놀라서 ‘미쳤냐. 이 나라가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고’라며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와 홍 부총리는 기재부 예산실에 함께 근무할 당시 이사갈 동네를 상의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문재인 두 정권에서 장·차관직을 함께 했던 둘의 운명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갈라진 셈이다. 한 기재부 공무원은 “정치인의 길을 가는 김 후보와 정치 뜻이 없는 홍 부총리는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신재희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