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논란 확산에도… 정용진 또 “다 같이 멸공” 폭풍 업로드

입력 2022-01-10 04:05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9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넘버원 노빠꾸’라는 문구를 꽂은 케이크 사진을 올렸다.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을 향한 멸공인데…”라며 “우리 다 같이 멸공을 외치자. 그게 바로 국민이 바라는 대화합”이라는 글을 함께 적었다.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아래 사진) 신세계 부회장의 소셜미디어 활동이 연일 논란에 휩싸였다. 핵심 키워드는 ‘멸공’이다. 정 부회장이 띄운 ‘멸공 논쟁’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으로 번졌다. 환호하는 이도 있지만, 대기업들을 이끄는 오너 경영인으로서 과격하게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정 부회장은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다시 ‘멸공’을 언급했다. ‘넘버원 노빠꾸’라는 문구가 꽂힌 케이크 사진과 함께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을 향한 멸공”이라며 “우리 다 같이 멸공을 외치자. 그게 바로 국민이 바라는 대화합”이라고 적었다. 정 부회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 야당 유력 정치인들의 지원에 힘입어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6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부회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이 등장한 신문기사 사진을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정 부회장은 지난 6일부터 이날 새벽까지 6건의 ‘멸공’ 게시물을 인스타에 올렸고, 한 건은 스스로 삭제했다. 정 부회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트위터 글을 잇달아 캡처해 올리면서 ‘리스펙’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그는 “국힘 대선 후보와 정치인들의 ‘달-파-멸-콩’ 일베 놀이. 뿌리가 어디인지 보여준다”는 조 전 장관의 트위터 글을 캡처해 올리고 “이분 진짜 리스펙”이라고 적었다.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하게 해 온 정 부회장이 ‘멸공’을 언급하거나 “공산당이 싫다”는 발언을 한 게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등장한 신문기사를 공유하며 중국 공산당을 연상시키는 게시물을 올리기는 처음이었다. 한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기업인이 중국을 자극하는 불필요한 발언으로 관계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신세계 그룹 차원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부문보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 부문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 사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 부회장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을 곁들인 장문의 해명 글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에 대한 멸공”이라고 적었다.

경제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행보를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본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정 부회장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전방위로 방어해주지만, 충성도 높은 소규모 지지자들에 의존해 경영을 계속할 수 없는 것”이라며 “대기업 총수들이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지 않고 정치적 발언을 삼가는 이유를 정 부회장도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