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못 받는 것들에 대한 위로 ‘사진 데칼코마니’

입력 2022-01-10 04:05
‘유크로니아 2111-2’(2021).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조덕현(65·아래 사진) 작가는 흑백 사진 속 인물을 연필과 흑탄을 사용해 정교하게 캔버스에 옮겨 그린 ‘사진 같은’ 회화와 이를 토대로 설치, 퍼포먼스를 하며 가상의 서사를 구축하는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런 그가 이번에 사진작가로 변신해 서울 송파구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다. 전시 제목은 ‘미러스케이프(거울 풍경)’. 거울은 이번 전시의 핵심 장치이자 작업 전반을 읽어내는 키워드다.

그는 전국의 도시와 농촌을 돌며 찍은 풍경 사진을 그대로 내보이지 않고 데칼코마니처럼 위아래로, 혹은 좌우로 쌍둥이처럼 병치한다. 이것은 거울 같은 효과를 내는데, 그 효과는 작품마다 사뭇 다르다.

풍경 사진을 위아래로 병치한 작품은 강에 풍경이 비친 것처럼 성찰적인 기분을 자아낸다. 이와 달리 풍경을 좌우로 병치하면 예상치 않은 효과가 난다. 도시 변두리 주택가 외벽에 누군가 버린 소파가 있다. 소파는 한 개가 아니라 두 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 장면은 사진을 데칼코마니 하듯 합성한 것이다. 덕분에 혼자 버려진 신세였던 낡아빠진 소파는 아연 동지를 얻은 듯 당당하게 느껴진다.

어떤 풍경 사진에서는 시골 교회 첨탑이 건물 양 끝에 나란히 있다. ‘첨탑이 두 개인 교회도 있어?’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 작품 역시 사진 한 점을 양쪽으로 포토숍으로 이어붙인 것임을 알게 된다.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작가가 2015년부터 함안 고령 합천 산청 등 지방의 마을을 답사하면서 찍은 결과물이다. 그래서인지 신작에서 선보인 데칼코마니 기법은 사라지는 것들,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작가가 보내는 안타까움과 응원의 메시지가 숨어 있는 거 같다. 2월 19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