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정책 메시지가 선대본부로 전면 개편 뒤 확 달라졌다. ‘59초 동영상’ ‘페이스북 단문 공약’ 등 짧고 간명한 메시지로 전환됐다. 윤 후보 메시지팀이 2030세대 위주로 재편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선대본 핵심 관계자는 9일 “10명 규모의 기존 메시지팀에 몸담고 있던 40, 50대 인사들이 나갔다”면서 “현재는 2030세대 8명이 메시지팀을 구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혈되는 인사들도 2030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시지팀이 2030세대로 재편된 것은 윤 후보가 청년들의 의견을 더 귀담아듣겠다고 공언한 결과라는 것이 선대본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메시지팀이 2030세대로 다 바뀌면서 윤 후보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도 달라졌다”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메시지팀이 짧고 간명하면서 임팩트를 강화시키는 스타일로 변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30세대 메시지팀은 “윤 후보가 말이 많고 중언부언을 하는데 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다른 선대본 관계자는 “윤 후보의 답변도 굉장히 짧아졌다”며 “기존처럼 길게 설명하는 스타일을 고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메시지팀 소속 2030세대가 특정 메시지를 올리면 관리자들은 감수 정도만 해서 윤 후보에게 보고하는 것 같다”면서 “의사결정 과정이 단축된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윤 후보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는 짧은 메시지를 올렸다. 올해 기준 병장 월급은 약 67만원인데, 이를 3배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지난 8일 ‘여성가족부 폐지’에 이어 세 번째 페이스북 단문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모두 ‘이대남’(20대 남성)을 겨냥한 공약들이다.
윤 후보는 지난 8일엔 전기차 충전 요금 5년간 동결 등 생활밀착형 공약을 59초 분량의 동영상에 담아 공개했다. ‘AI윤석열’이 지지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내용의 짧은 동영상도 온라인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김은혜 선대본 공보단장은 “국민들 특히 SNS를 소비하는 청년들 맞춤형으로 정책 홍보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짧은 정책 메시지로 ‘게릴라전’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특별한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정책 공약 점검에 몰두했다. 선대본 관계자는 “이번주 발표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점검하고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선대본은 여가부 폐지 공약이 2030세대의 남녀 젠더 문제를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여론 동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윤 후보의 공약이 지나치게 ‘이대남’ 공략에만 편중돼 있다는 분석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가부 폐지, 무고죄 강화 같은 것은 국민의힘이 원래 주장했던 것”이라며 “페미니스트 신지예씨 영입 이후 지지율이 폭락했다는 문제 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성들에 대한 복지 정책도 준비돼 있다”면서 “이런 것을 알면 여성들도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젠더 이슈를 다루는 방식이 남녀 ‘갈라치기’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가 ‘이대남’을 의식한 공약들만 내놓으면서 오히려 중도 표심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문동성 이상헌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