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친중국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파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최고위급 관료와 입법회(의회) 의원 30여명이 동시에 격리됐다. 파티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이틀 후 중국 본토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파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파티 스캔들은 오는 3월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터져 캐리 람(사진) 행정장관의 연임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문제의 파티는 지난 3일 밤 완차이에서 열렸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인 위트먼 헝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 파티에는 캐서퍼 추이 민정사무국장(장관급), 아우가 왕 입경사무처장 등 고위직 관료와 지난달 입법회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 20명 등 약 3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밤늦게까지 먹고 마시는 모습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홍콩 보건 당국은 파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명 나왔다고 발표했다가 이 중 1명은 오진이었다고 말을 바꿔 혼선을 자초했다. 파티 장소에 있던 인원도 170명에서 180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100명이 한꺼번에 격리시설에 수용됐다.
람 장관은 지난 7일 밤 성명을 내 “격리시설에 수용된 최고위 관료 13명의 업무는 즉각 중지된다”며 “이들이 법과 방역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해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방역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나면 람 장관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람 장관으로선 오는 3월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홍콩 일각에선 임기 내내 친중 행보를 보인 람 장관이 연임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콩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해 오후 6시 이후 식당 내 식사를 금지하는 등 방역 규정을 강화한 상태였다. 참석자 중 주니어스 호 의원은 이틀 후 선전에서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홍콩 파티의 여파가 본토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