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연초마다 각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은 국제정치 예측과 전망을 쏟아낸다. 이런 전문가들의 예상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미래를 대비하여 참고할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오늘만큼은 이상주의자가 되어 조금 더 멀리 있는 미래를 상상해 보려 한다.
상상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현실을 예상할 수도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소련의 붕괴에 대하여 예측은커녕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단, 두 명만 제외하고 말이다. 마르크스주의자였던 두 독일인. 한 명은 서독의 시인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였고, 또 다른 한 명은 동독의 철학자 루돌프 바로였다. 특히 바로가 예측한 소련 붕괴의 정확성은 소름 끼칠 정도로 맞아떨어졌다. 그만큼 상상하는 것은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건국 100주년 기념식을 맞이한 2048년 8월 15일, 그날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본다. 그때쯤이면 필자의 육체는 이미 땅속에 묻혀 있겠지만, 영혼은 세계 이곳저곳을 아무 제약 없이 돌아다니며 더욱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대한민국은 다음과 같이 변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바야흐로 2048년. 북한이라는 존재는 역사의 쓰레기통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김정은은 이미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의 통치는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반란군의 총격으로 종식됐다.
북한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중국은 사태를 수수방관했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대한민국의 흡수통일을 인정하는 자세를 취했다. 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한 에너지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150개의 대규모 신규 원자로 건설을 완료했는데, 이는 과거 26년 동안 전 세계가 건설한 것보다 더 많다. 반면에 중국은 경제적으로 미국을 따라잡는 데 철저히 실패했다. 결국 중국 공산당은 당명을 중국 인민당으로 바꿨다.
지금 내 눈에는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민주주의 통일 대한민국이 보인다. 1인당 국민소득은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통일 대한민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핵이 없는 일본은 통일 대한민국과의 군사동맹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 결과 통일 대한민국은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해주고 있다. 미군이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철수함에 따라 한·미 방위조약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미·일 공동방어전략으로 수정됐다. 통일 대한민국은 독일, 일본, 인도, 브라질과 함께 텐아이스(Ten Eyes)의 필수적인 중심 국가가 됐다. 현무10은 세계 최고의 순항미사일로 미국의 토마호크를 완벽하게 대체했다. 국가정보원은 최고 수준의 수집, 분석, 작전 능력을 갖춘 막강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났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세계를 지배하고, 막강한 소셜미디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통일 대한민국의 외교 정책의 원칙과 전략은 최고의 전략가와 실천가들로 구성된 전략 연구 그룹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그들의 상상력은 대담할 뿐만 아니라 실행력 또한 매우 선도적이다.
이제 국제사회에서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명성은 드높다. 그들은 통일 대한민국을 “이보다 더 좋은 친구는 없다. 그리고 이보다 더 나쁜 적도 없다”라고 찬사와 질시의 감정을 뒤섞어 평가한다. 한니발은 “길을 찾을 수 없다면, 길을 만들라”고 했다. 이 한니발의 조언이 향후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마음가짐이 돼야 한다. 바로 그것이 위대한 대한민국 100주년에 이르는 길이다. 좋은 꿈이 있다면, 반면에 지독한 악몽도 있는 법. 아, 이제는 괴롭지만 2048년 대한민국이 맞닥칠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겠다.
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전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