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할 무렵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친구가 2명 있었다. 둘 다 지상파 방송국 아나운서 입사시험에 지원해 최종 면접까지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합격하지는 못했다. 옆에서 지켜보니 말 그대로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경쟁이었다. 당시 국내에 TV 방송국은 겨우 세 개였고 방송국마다 아나운서로 몇 명 안 되는 인원을 채용했으니 꿈을 좇아 될 때까지 지원하는 건 조금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고 영리한 내 친구들은 한 번의 도전을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바로 다른 직업을 찾았다.
이후로 아나운서 양성 학원이 몇 곳 있다는 걸 알고 다소 의아했다. 일자리가 심하게 적은 데 왜 저렇게 많은 인력을 배출하는 건지. 한참이 흐른 후 종합편성채널 방송국들이 신설되고 심지어 종일 뉴스를 방송하는 채널까지 생기는 걸 보며 나의 근시안과 소견 좁음을 반성했던 기억이 있다. 비슷한 일이 몇 가지 더 있다. 지나는 길에 스튜어디스 양성 학원을 보았을 때도 국내에 항공사라곤 겨우 두 개인데 너무 많은 지망생이 좁은 문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얼마 후 외국계 항공사와 저가 항공사의 수요가 쏟아지는 걸 목격했다. 홈쇼핑 쇼호스트의 수입이 상당해서 입사 경쟁이 보통 치열한 게 아니라더니 요즘 한창 폭발하는 라이브커머스 채널에선 유능한 쇼호스트를 영입하느라 전쟁이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몰리고 경쟁이 과도한 게 아닌가 걱정스럽던 산업의 수요가 해외로 확장하는 사례도 많다. 어릴 때 온 국민이 드라마만 봐서 큰일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는데 이제 전 세계인이 함께 보고 있고, 성형외과가 강남 거리를 빼곡히 채워갈 때도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성형 관광객이 몰려드는 걸 보며 입을 다물었다. 작은 창업, 소상공인이 쏟아지는 지금도 젊은 학생들을 불안한 직업으로 몰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이제는 콩알만한 소견으로 지레 걱정하는 대신 희망을 품을 뿐이다.
윤소정 패션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