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의 코로나19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위법성을 따져보는 법적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법원이 학원·독서실 등에 이어 다른 일반시설에 대해서도 방역패스 조치에 위헌 요소가 있다고 해석할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 심리로 7일 열린 ‘방역패스 집행정지’ 첫 심문기일에선 방역패스 조치에 반대하는 시민 측과 정부 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소송을 낸 시민 측은 “정부가 합리적 이유 없이 백신 미접종자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방역패스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데이터와 의료계 현실을 무시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시민 1023명은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등을 상대로 식당·카페 등 17종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시민 측 도태우 변호사는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에선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장을 보고 물건 사는 마트에선 왜 방역패스를 적용하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임산부 98%가 백신 미접종자인데 이들은 오는 10일부터 마트에서 분유도 사지 못한다”고 했다.
반면 정부 측은 “방역패스는 감염병 통제 조치라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면서 “세계 각국이 방역패스를 도입하고 있고 정부가 최대한 기본권 보장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방역패스 목적은 백신 미접종자 보호인가, 코로나 전파 감소인가”라고 물었다. 정부 측이 “두 가지 목적이 다 있다”고 하자, 재판부는 “백신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방역패스가 공익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부 측은 “미접종자로 인한 의료계 대응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시적 조치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답했다.
방역패스가 지자체 고시로 시행되는 점도 법적 쟁점이다. 정부 측은 “방역패스는 지자체 고시에 의한 것으로 복지부가 (시행 주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지자체별로 식당·유흥시설 등의 방역패스 고시가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 측은 “책임 회피를 위한 꼼수다. 복지부가 방역의 주무부처 아니냐”고 따졌다. 재판부는 지자체 방역패스 고시가 행정소송 대상인지도 판단 대상에 올릴 전망이다.
방역패스 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사법적 요구는 이날도 이어졌다. 고3 학생인 양대림(18)군을 포함한 시민 1700여명은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정부와 17개 시·도지사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