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사진) 대표 간의 갈등이 6일 극적으로 봉합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추진했으나, 이 대표와 윤 후보의 막판 의총 참석을 계기로 철회했다.
윤 후보가 “이제 다 잊어버리자. 대선 승리를 위해 다함께 뛰자”고 말했고, 이 대표는 “원팀을 선언한다.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선거를 뛰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가 선대위 보직에서 사퇴한 지 16일 만에 화해가 이뤄진 것이다. 기존 선대위를 해체하며 홀로서기에 나선 윤 후보로선 일단 한시름을 놓게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에서 비공개 의총을 열고 이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에 대해 논의했다. 윤 후보는 오후 8시쯤 예고 없이 의총장을 찾았다.
윤 후보는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라며 “오늘 의원들도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이 대표도 의원들에게 본인 입장을 다 설명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각자가 미흡한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당이란 게 선거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 아닌가”라면서 “대의를 위해 지나간 걸 다 털고, 오해했는지도 아닌지도 다 잊자”고 외쳤다. 윤 후보가 발언을 마치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후 윤 후보와 이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등이 옆방으로 이동해 30분간 대화를 나누고 다시 회의장으로 돌아왔다.
이 대표가 먼저 단상에 올랐다. 이 대표는 “긴 인고의 시간을 통해 우리가 다시 한 방향으로 뛰게 된 만큼 오늘부터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의 하나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선거를 뛰겠다”며 “당사에서 숙식을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또 “후보님이 의총 직후 평택에 가는 일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가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그리고 택시운전자격증 가진 자로서 평택으로 모셔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의원들도 손뼉을 치며 환호했고, 이 대표는 “이렇게 쉬운 걸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이어 단상에 오른 윤 후보는 “이제 다 잊어버리자. 오로지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그 승리를 통해 우리 당을 재건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국민에 행복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 다시 우리 위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다함께 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와 이 후보는 화해의 뜻으로 포옹을 한 뒤 양손을 맞잡았다. 의원들은 “초심으로” “원팀으로”를 연호했다.
의총이 끝난 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경기도 평택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빈소로 향했다.
이 대표가 수행기사 없이 출퇴근용으로 써온 전기차 아이오닉에 윤 후보를 태우고 출발했다. 뒷자리에는 김 원내대표와 권영세 사무총장이 앉았다.
손재호 강보현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