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충돌로 치닫던 국민의힘… 尹·李 ‘원팀 포옹’으로 대반전

입력 2022-01-07 04:02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극한 대치 끝에 전격적으로 화해한 뒤 서로 끌어안고 있다. 의원들이 일제히 손뼉을 치며 환호하자 이 대표는 “이렇게 쉬운 걸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에도 극한 대치를 거듭하다 전격적으로 화해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당직 인선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해 등을 돌리는 듯하다 저녁에 극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윤석열 선대본’을 띄우면서 새 출발을 다짐한 만큼 ‘원팀’ 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갈등을 가까스로 봉합하기는 했지만 3월 9일 대선은 물론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6·1 지방선거까지 염두에 둔 당내 주도권 싸움이 또다시 터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이날 하루 내내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윤 후보는 6일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 대표가 ‘연습문제’라는 이름으로 제안했던 선거운동 방식이었다. 이 대표가 내놓은 ‘연습문제’를 푸는 성의를 보인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허리 숙여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지하철 시민 인사’는 이준석 대표가 권영세 선대본부장에게 제안한 3건의 ‘연습문제’ 중 하나였다. 최종학 선임기자

윤 후보는 사전 공지 없이 갑작스럽게 지하철역 인사를 진행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 대표에 대한 존중”이라고 표현했다. 권 본부장은 “윤 후보 본인이 밤새 고심 끝에 이 대표가 내놓은 숙제를 직접 나서서 했다”며 “쇄신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출근길 인사에 대해 “관심 없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와 아무런 협의 없이 윤 후보가 일정을 일방적으로 소화한 데 대한 불만으로 보였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당직 임명 과정에서도 파열음을 냈다. 윤 후보는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권 본부장을 사무총장에, 측근인 이철규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에 임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사무총장 인선에는 동의했지만, 이 의원 임명을 끝까지 비토했다.

윤 후보는 최고위 직전 이 대표와 독대하며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사무총장단 인선은 최고위 의결 사항이 아닌 협의 사항이다. 이 대표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당무우선권을 가진 윤 후보는 인사를 강행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회의 중에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에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와 가까운 의원들은 이 대표 비판에 앞장섰다. 이 대표는 의총에서 30분간의 격정 연설을 통해 “의원들이 이준석의 복귀를 명령하시면 지정한 어떤 직위에도 복귀하겠다”면서도 “그 방식으로는 젊은 지지층을 같이 가져가지 못한다”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는 ‘연습문제’와 관련해서는 “익살스럽게 표현한 용어였다”며 “표현이 부족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극단으로 치닫던 양측의 갈등은 오후 8시쯤 윤 후보의 막판 의총 참석으로 일거에 반전됐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겠다며 포옹했다. 이 대표는 “이제 저 혼자 꽁꽁 싸매고 고민하지 않겠다”며 “이 자리에서 원팀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의총에서 “제가 세 번째 도망가면 당대표를 사퇴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은 봉합됐지만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 공천권 등이 또다른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 후보 측은 대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재보선이기 때문에 윤 후보가 ‘러닝메이트’격인 후보자들을 직접 공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공천권을 호락호락 넘겨줄 분위기는 아니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