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모든 국민의 주민등록번호 및 금융 거래 내역 일체를 국세청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역점 사업인 ‘포괄적 연금통계’ 개발을 위해 자료를 요구한거라지만 개인정보 보호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국세청도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 해당 안건이 상정되고 통과된 일인마냥 보도자료를 뿌리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통계청의 무리수가 정부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진앙이 된 포괄적 연금통계는 통계청이 노인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통계다. 국민연금·퇴직연금 등 각종 연금 데이터를 통합해 국민 전체의 연금 가입·수급 현황과 사각지대를 파악하는 게 목적이다. 류근관 통계청장의 역점 사업이기도 하다. 통계청은 2023년 공표를 목표로 삼고 있다.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통계를 구축하려면 연금·금융 소득을 관리하는 타 부처 협조가 필수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나 국세청에서 관련 데이터를 공유 받아야만 한다. 협의 과정에서 통계청이 요구한 정보 내역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국세청 관계자는 6일 “통계청이 주민등록번호와 개인 금융 거래 정보 일체를 요구했다. 민감한 개인정보라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해 반대했다”고 전했다.
기본적인 부처 실무 협의조차 끝나지 않은 상황인데 통계청은 이날 김 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통계 구축 추진 안건을 올렸다. 통과를 전제로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류 청장 명의로 “복지부, 국세청 등 연금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한 여러 부처에 감사드린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안건이 부결됐고 통계청은 엠바고 20분전 긴급 자료 취소 결정을 내렸다. 회의 모두발언에서 “(포괄적 연금통계가) 보다 안정적인 노후보장과 지속가능한 연금정책 등을 수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김 총리만 머쓱해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통계 목적 개인대체식별번호로 요청한 것”이라 해명했다.
세종=신준섭 이종선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