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물류창고 화재… 소방관 3명 끝내 주검으로

입력 2022-01-07 04:01
연기에 그을린 한 소방관이 6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2층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3명은 연락이 두절됐다가 공사장 2층 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순직한 소방관들은 모두 경기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이다. 평택=최현규 기자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6일 진화에 나섰다가 연락이 두절됐던 소방관 3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2020년 노동자 수십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와 지난해 6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순직하는 등 비슷한 참사가 매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낮 12시22분쯤 7층짜리 냉동창고 건물 2층에서 진화 작업을 하던 소방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과 함께 실종됐던 소방관 1명도 12시41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순직 소방관은 경기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이형석(50) 소방위, 박수동(31) 소방교, 조우찬(25) 소방사다. 조 소방사는 지난해 5월 임용돼 소방 업무에 투입된 지 8개월도 되지 않았다.

이번 불은 전날 밤 11시46분쯤 첫 신고가 접수됐다.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선 소방 당국은 오전 6시32분쯤 큰 불을 꺼 대응단계를 해제했다. 그러나 불길이 갑자기 다시 확산하면서 공사장 2층에서 진화하던 소방관들이 고립된 것으로 보인다.

현장 내부에는 산소용접 작업 등을 위한 산소통과 LPG통, 가연성 물질인 보온재가 다량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화재 현장에서 30~50분을 버틸 수 있는 용량의 산소통을 메고 오전 9시8분쯤 2층 진화작업에 투입됐다. 이들과 마지막 교신이 된 시점은 오전 9시30분으로 파악됐다. 2층에서 진화작업을 한 소방관은 5명으로, 나머지 2명은 자력으로 탈출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변을 당한 소방관들은 모두 공기호흡기 등 안전장구를 착용했지만 급격한 연소 확대와 구조물 붕괴로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공사 현장에선 1년여 전인 2020년 12월 콘크리트 상판 붕괴 사고로 작업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숨져 한 달가량 공사중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순직하신 소방관 세 분의 소식에 가슴이 멘다”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순직 소방관 영결식은 8일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된다. 소방청은 순직자들에게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할 방침이다.

평택=강희청 신용일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