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회사들의 첫 성적표가 나왔다. 예상대로 금융사들의 소비자보호는 뒷걸음질쳤다. 평가대상 26개사 중 A등급은 단 1군데도 없었고, B등급도 3개사에 불과했다. 반면 보통 이하인 C등급 이하는 늘었다.
6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기준 금융권의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총 7개 업권 26개사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실태평가 성적은 우수·양호·보통·미흡·취약 등 총 5개 등급으로 나뉜다.
26개사 중 ‘우수’ 성적을 받은 금융사는 없었다. 그다음 성적인 ‘양호’도 3개사뿐으로, 지난해(10곳) 대비 7개(70%) 줄었다. ‘보통’ 등급은 20개사, ‘미흡’ 등급은 3개사가 받았다.
평가 대상에 오른 업권 중 생보업계와 여신전문회사의 실태가 특히 심각했다. 나머지 업권은 전부 양호 또는 보통 등급을 받았지만 생보업계는 6개사 중 4개사가 보통, 2개사(DGB생명·KDB생명)가 미흡 등급을 받았다. 여전사 1곳(현대캐피탈)도 미흡 등급을 받았다.
금감원은 일부 은행권의 경우 사모펀드 관련 민원이 크게 증가한 점이 부진한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증권 업계는 팬데믹 기간 동안 급증한 주식 거래에 따른 전산장애 발생률 상승이 개선 요인으로 지목됐다. 나머지 업권은 소비자보호협의회 운영·소비자정보 공시 등에 부실하게 임하는 등 소비자보호에 충실하지 못한 문제점이 발견돼 평가가 악화됐다.
금융소비자 실태평가 조사 결과가 전년 대비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며 금융권의 ‘자율적 내부통제’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커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은행권은 전국은행연합회를 통해 금융당국에 징벌적 제재보다는 자율적 내부통제를 통한 자정작용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라임·옵티머스 사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불완전판매 등 논란으로 금융권의 도덕성·내부통제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소비자보호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는 점이 이번 조사로 알려지며 자율통제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보호 평가대상 금융사는 모두 74개사로, 금감원은 이들을 3개 그룹으로 나눠 3년에 한 번씩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합평가 등급이 ‘미흡’인 금융회사로부터는 개선안을 제출받아 이행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이들은 평가 주기와 관계없이 다음해에도 실태평가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