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시위 격화 “1000여명 사상”… 평화유지군 투입

입력 2022-01-07 04:05
카자흐스탄 알마티시 청사가 5일(현지시간) 시위대들의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시 청사 앞에는 전소된 차량이 보인다. 카자흐스탄에선 연료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으로 번져 내각이 총사퇴하고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TASS연합뉴스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급등에서 촉발된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수천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카자흐스탄 정부는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변국에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평화유지군 투입을 요청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방송을 통해 시위대를 ‘국제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규정하며 “카자흐스탄 테러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 정상들에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CSTO는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타지키스탄 등 옛 소련권 7개국으로 구성된 러시아 주도 안보 체계다. 의장국인 아르메니아 니콜 파시냔 총리는 “CSTO 소속 평화유지군이 카자흐스탄에 파견된다”고 밝혔다.

이번 대규모 시위는 정부가 추진한 LPG 가격 인상에서 촉발됐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LPG에 대한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지급 중단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로 인해 주요 도시에서 LPG 가격이 2배 인상 됐고, 전반적인 물가 급등이 예상되면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정부가 내각 사퇴와 함께 가스 가격 인하 등을 공약했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시위대는 알마티시 청사와 대통령 관저까지 난입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1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알마티 치안당국 발표를 인용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진압요원 13명이 숨졌고, 그중 2명은 참수당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역시 수십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시위대가 알마티 공항도 장악하면서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발이 묶이는 사태도 벌어졌다. 해당 여객기에는 승무원과 탑승객 70여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안전하게 현지 호텔로 이동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 때문에 전 세계 우라늄 가격도 8% 가까이 올랐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1위 우라늄 공급 국가로 전 세계 우라늄 생산량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