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이 3년 만에 금융감독원을 찾았다. 두 수장은 ‘혼연일체’를 강조했다. 이전에 금융당국 두 수장이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이는 일이 잦았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라고 할 만한 일이다. 행정고시 28회 동기로 금융위에서 한솥밥을 먹던 관료 출신 두 사람의 ‘37년 친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6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을 방문해 “금융위와 금감원은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금융위 사무처장으로 있던 2015년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함께 금감원을 찾았을 때를 언급하면서 “제 개인적으로는 7년 만의 방문”이라고 했다. 당시 임 위원장은 ‘금융개혁 혼연일체’라고 쓰인 서예 작품을 진웅섭 금감원장에게 선물했다.
고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혼연일체라는 말은 행동과 생각이 한 몸처럼 된다는 것”이라며 “작년 9월 금감원장과 만났을 때도 분명히 금감원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된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금융위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금융위가 금감원 예산 삭감을 통해 앙갚음하던 과거의 모습도 당분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 위원장은 “금감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 지원해나가겠다”고 했다. 고 위원장은 회동을 끝내고 돌아가면서 1층으로 배웅을 나온 정 원장에게 “바쁘신데 안내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고, 정 원장은 “혼연일체가 됩시다”라고 화답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두 기관의 관계가 ‘시한부 밀월’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가 지난해 8월 두 수장을 동시에 앉힌 것은 임기 말 안정적인 정책 관리를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새 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금융정책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이뤄질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새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