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긴축發 강달러 쇼크, 요동치는 증시

입력 2022-01-07 04:02

원·달러 환율이 1년6개월여만에 1200원을 돌파했다. 코스피지수도 이틀 연속 1%대 하락했다. ‘환율상승-주가하락’이라는 한국 금융시장의 전형적인 불안현상이 연초부터 나타나고 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1원 오른 달러당 1201.0원으로 마감했다. 2020년 7월 24일(1201.50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원화 약세 여파에 이날 코스피지수도 1.13% 하락한 2920.53를 기록했다.

사실 1200원선 돌파는 시간문제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뒤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규모 확대와 3월 조기금리 인상을 시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5일(현지시간) 공개된 FOMC 의사록은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넘어 8조8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차대조표(자산)까지 축소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자 시장이 요동쳤다. “거의 모든 참석자가 첫 금리 인상 이후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는 데 동의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양적긴축(QT, Quantitive Tightening)은 아무리 일러도 2023년에야 시작할 것으로 봤으나 올해 여름 안에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글로벌 시장에 풀어 놓은 달러를 ‘더 빨리 더 많이’ 거둬들인다는 뜻이므로 시장은 강달러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연준이 향후 금리 정상화의 전제로 강조해온 고용 수치가 호전된 것도 달러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민간 부문 고용은 80만7000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37만5000명)의 2배를 훌쩍 넘었다.

그 신호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먼저 나타났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벤치 마크로 통하는 10년만기 미 재부부 채권 수익률은 6일 오후 3시 현재 전날보다 0.027%포인트 오른 1.734%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말 1.5%대 초반, 전날까지 1.6%대 중반을 지키다가 지난해 5월(1.702%)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뉴욕증시에서 긴축을 성장성 훼손으로 받아들이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3% 주저앉으며 지난해 2월 25일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S&P500은 1.9% 내려 지난해 11월 26일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을 보였다. 전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경기민감주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이날은 1.1% 빠졌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향후 신흥국 통화 약세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라는 점이다. 이날 6개 주요통화와 바스켓으로 묶인 달러인덱스는 유로화 강세에 밀려 0.08포인트 하락한 96.18을 나타낸 반면 원·달러 환율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런 점을 반영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최근 서베이 결과 외환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의 매파적 성향에 따라 2015년 이후 가장 강력한 달러 강세를 예상했다고 밝혔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후에는 달러 강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는 환율시장 안정을 위한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환율시장의 쏠림이나 급격한 변동성 확대가 발생할 경우에는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시장 안정 노력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강창욱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