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준석 일탈과 국민의힘 갈등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입력 2022-01-07 04:01 수정 2022-01-07 04:0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 비판에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건 듯한 모습도 보인다. 당대표가 대선 후보의 발목잡기에 전력을 쏟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윤 후보는 6일 오전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앞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 대표가 제안한 ‘연습문제’를 풀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자신의 연습문제 제안이 거부됐다며 “윤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고 적었다. ‘무운을 빈다’는 지난해 11월 이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사용한 ‘야유’였다. 이 대표가 윤 후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표현이다. 이 대표는 출근길 인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자신과 상의 없이 진행된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러고는 권영세·이철규 의원의 사무총장·사무부총장 임명안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권 의원은 윤 후보가 기존 선대위를 해체하고 새로 꾸린 선대본부장으로 내정된 인물이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다음 날 주요 당직 인선에 반대하며 재를 뿌린 것이다. 당무우선권을 가진 윤 후보가 임명을 강행했지만, 새 출발은 빛이 바랬다. 참다못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 사퇴를 논의했다. 의총에서는 험악한 표현들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이 대표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물어볼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보수혁신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과 당원들의 기대를 받아 헌정사상 첫 30대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 대표는 선출 당시 “우리의 지상과제는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라며 “저는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이 있으며, 우리는 수권세력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이 대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윤 후보가 선출된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동안 이 대표가 보여준 것은 불평불만과 ‘윤핵관’ 비판이 전부였다. 국민이 기억하는 이 대표의 선거운동은 당무 거부와 윤 후보와 함께 입었던 빨간 후드티 정도다. 이러니 “이 대표는 민주당 선대위원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정당은 일반 사조직과 달리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 국민이 등을 돌리고 당원이 등을 돌리면 대표가 무슨 소용인가. 이 대표가 계속 몽니를 부려도 당 대표직은 유지된다고 한다. 이 대표는 정말 ‘나홀로 대표’를 하고 싶은 것인가. 당내 비등하던 이 대표 사퇴론은 이날 밤 다시 열린 의총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가 화해함으로써 봉합되는 분위기다. 이번 봉합이 마지막이 될지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