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이상한 꿈을 꾸었다. 부모님이 등장해서 나를 죽이려 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꿈을 아주 활발하게 꾸는 편이다. 또 아침에 눈을 뜨면 잊어버리기 전에 친한 친구들끼리만 공유하는 SNS에 꿈을 간단하게 기록하는 편이다. 오늘 아침에도 간단하게 ‘꿈에 엄마 아빠가 나를 죽이려고 했다’라고만 적었다. 친구 중 하나가 한심하다는 듯 ‘꿈도 참…’ 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꿈이라는 것이 얼마나 얄궂은지 모르겠다. 황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과연 이것이 내 머리에서 나온 상상력인가 싶게 꿈들이 자주 지나치게 잔인하고, 지나치게 야하고, 지나치게 말이 안 되곤 하니 말이다. 그러나 어제 꿈은 조금도 무섭고 잔인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나를 죽이려 한 것은 맞지만 총을 겨누거나 칼을 들고 쫓아오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담담하고 조용하게 나를 설득하셨다. “딸, 너는 이제 충분히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니. 네가 하고 싶었던 일, 먹고 싶었던 음식, 가보고 싶었던 곳을 이만하면 다 경험해보지 않았니. 이제는 그만 살아도 되지 않겠니.”
내 생각에도 전 이제 그만 살아도 될 것 같네요, 라고 대답했다면 부모님은 나를 과연 어떤 방식으로 죽였을까? 그러나 나는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집을 떠나 친척 집으로 도망쳤다. 그 집은 무척 노후된 곳이었다. 수시로 물이 새서 늘 물웅덩이가 고여 있는 방에서 밤이 되면 이불을 펴고 잠을 자고, 아침엔 이불을 개고 상을 펴서 밥을 먹었다. 부모님은 어느새 내가 있는 곳을 알아내고 말았지만 그저 안타깝다는 듯 문밖에서 들어오지 않고 날 슬프게 바라볼 뿐이었다.
부모가 나를 죽이려 했다는 자극적 설정의 충격이 지나가고 꿈의 충분한 복기도 마무리하자 꿈속 내 마음의 여운이 길게 남았다. 꾸역꾸역 살고 싶어한 내 마음이 새해 아침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올해도 꾸역꾸역 살아야지. 꾸역꾸역 배고프고 졸려야지.
요조 가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