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서 스러진 이들의 아픔 체험… 우는 사람과 함께 울 것”

입력 2022-01-06 03:02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산업선교회관에서 연 ‘기독청년 현장 심방 증언대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영등포산업선교회(영등포산선·총무 손은정 목사)가 진행한 ‘노동현장 심방’에 나선 신학생들은 그동안 알지 못하던 노동자들의 아픔을 체험했다고 고백했다. 5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산업선교회관 큰사랑방에서 열린 ‘기독청년 현장 심방 증언대회’에서다.

영등포산선은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동안 신학생들이 ‘김용균재단’ ‘구의역 김군 사고 현장’ ‘삼성반도체 산재대책위 반올림’ ‘오산·포천 이주노동자 센터’ 등 네 곳을 방문해 노동 현장의 현실을 돌아보고 위로하는 심방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심방에는 강인구 김주역 최동빈(이상 장로회신학대), 이훈(총신대)씨 등 네 명이 참여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세계선교협의회(CWM) 후원으로 진행됐다.

네 군데 현장을 모두 방문한 이훈씨는 “노동문제가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문제라는 걸 깨달았고 생생한 아픔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구조적인 문제로 노동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이들의 죽음 앞에서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이 관계없고, 모든 교회의 관심사가 돼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손은정 총무는 “교단과 신학교, 노동 현장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정책과 교육 과정을 만들어 새 시대에 걸맞은 노동선교의 길을 열 필요가 있다”며 “노동과 신앙이 맞닿아 있다는 걸 깨닫고 오늘 증언대회를 계기로 노동선교의 새길을 열길 바란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노동선교 10가지 다짐’도 낭독했다. 다짐 내용은 ‘예수도 노동자였습니다’ ‘예고된 참사를 막아야 합니다’ ‘모든 서비스 이면에는 노동자의 눈물이 스며 있습니다’ ‘이윤 중심 사회에서 생명 중심 사회로 변화돼야 합니다’ ‘노동자의 죽음을 우리 공동체의 커다란 사건으로 여기겠습니다’ ‘노동 현장의 영성을 기르겠습니다’ ‘산재로 인한 죽음의 고통을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로 왜곡하지 않겠습니다’ ‘산재는 힘을 합쳐 막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겠습니다’ ‘현장에 나가 눈으로 직접 보겠습니다’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겠습니다’ 등이었다.

격려사를 전한 김보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사무총장은 “지금 주님이 이 땅에 오시더라도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노동자들의 곁으로 가실 것이다. 이들을 돌보는 게 교회의 사명”이라며 “영등포산선이 앞장서 신학생들에게 선교의 현장을 경험케 한 데 감사드리고 총회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교회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