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아프리카 순방길에 올랐다. 중국 외교부장이 새해 첫 해외 일정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건 1991년 시작돼 32년째 이어져 온 중국의 전통이다.
왕 부장이 이달 4~7일 방문하는 에리트레아, 케냐, 코모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역점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핵심 파트너이거나 인접 국가에서 벌어진 내전으로 위기에 처한 나라들이다. 중국이 미·중 갈등 국면에서 아프리카와의 유대 강화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왕 부장의 첫 방문지인 에리트레아는 국경을 맞댄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의 영향으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5일 “왕 부장의 방문은 이 지역의 평화 구축과 분쟁 조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려면 역외 강대국의 원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의 손길이 끊긴 틈을 파고들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인권 침해를 문제 삼아 에티오피아를 관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내전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에티오피아로선 섬유, 의류 등 주력 상품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에리트레아는 중국의 첫 해외 군사 기지가 들어선 아덴만 인근 지부티와 인접해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케냐는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다. 2018년 개통한 길이 480㎞의 몸바사·나이로비 철도는 케냐 독립 이래 최대 인프라 건설이자 양국 협력의 상징으로 꼽힌다. 중국은 이러한 성공 사례가 아프리카 내 다른 국가로도 확산되길 원한다. 코모로는 냉전 시절부터 중국과 수교한 나라로 중국 외교부장이 방문하는 건 10여년 만이다.
중국은 아프리카와 경제적 교류를 중심으로 접촉면을 넓혀 지금은 자원, 군사, 안보 등 협력 분야가 광범위해졌다. 그러나 인프라를 앞세운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아프리카 국가들을 부채 함정에 빠뜨리고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