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역 패스 일방적 강제 대신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입력 2022-01-06 04:03
법원이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한 정부의 방역 패스 정책에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 백신 접종 강요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화된 방역조치와 개인 선택권의 충돌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은 4일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에 대한 방역 패스 적용을 막아달라는 학부모 단체들의 집행 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교육 관련 시설 3종에 대한 방역 패스 의무 적용은 본안 판결 때까지 효력이 정지됐다. 재판부는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직접 침해하는 조치라고 판단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백신 접종이 최고의 방책이라는 데는 이견을 달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의학적 이유 등 특별한 사정상 접종이 여의치 않은 이들까지 모두 백신을 맞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는 학교와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의 필수 이용 장소이다. 방역 패스를 적용해 미접종자에게 시설 이용의 불이익을 주는 것은 청소년의 접종 선택권을 강제하고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돌파 감염도 상당수 벌어지는 점에 비춰보면 시설 이용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미접종자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큰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교육 관련 시설뿐 아니라 오는 10일부터 확대 예정인 대형마트 같은 생활 필수영역의 방역 패스 도입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부작용이 의심되는 사람이나 태아에 대한 불확실성을 염려하는 임신부는 백신을 맞기 싫어서 기피하는 게 아니다. 제도를 시행하려면 이 같은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방역 패스 확인 과정이 지금처럼 미접종자에게 무안을 주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방역 정책은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사람도 배려하며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얻고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적용 시설을 정할 때도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의 방역 조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