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명훈, KBS교향악단 명예음악감독 맡는다

입력 2022-01-06 04:03
KBS교향악단 명예음악감독으로 위촉될 예정인 지휘자 정명훈. 정명훈 공식페이스북

지휘자 정명훈이 KBS교향악단 명예음악감독으로 취임한다. 명예음악감독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지휘자를 초빙하거나 오케스트라의 발전에 기여한 전임 지휘자의 공적을 기릴 때 부여하는 직책이다. 정명훈과 KBS교향악단을 잘 아는 클래식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KBS교향악단은 2018년부터 좋은 관계를 이어오는 정명훈의 명예음악감독 위촉을 지난해 말 결정했으며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정명훈과 KBS교향악단은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정명훈이 1972년 18세에 국내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은 곳이 KBS교향악단이다. 이후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며 KBS교향악단과 종종 호흡을 맞췄던 정명훈은 1998년 1월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악단의 기량과 오디션, 부지휘자 등 지원 문제 등으로 경영진과 단원 양쪽으로 불화를 겪다가 4개월 만에 사퇴했다.

정명훈과 KBS교향악단의 불편했던 관계는 20년이 지난 2018년 8월 정명훈이 다시 지휘봉을 잡으며 청산됐다. 정명훈은 2020년 12월과 지난해 8월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도 자가격리 면제 취소 조치로 입국하지 못한 피에타리 잉키넨 신임 음악감독을 대신해 지휘했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의 공연은 매번 클래식 애호가들의 지지를 받으며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정명훈은 오는 9월에도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정명훈이 국내 오케스트라에서 명예음악감독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해외에선 음악감독 등으로 오래 인연을 맺은 오케스트라에서 추대된 적이 있다. 프랑스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일본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각각 2015년과 2016년 정명훈을 명예음악감독으로 추대했다.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도 2012년 정명훈을 수석 객원 지휘자로 위촉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도 2006~2015년 음악감독을 맡았던 정명훈을 명예음악감독으로 위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앞서 나왔다. 정명훈은 단원 선발, 연주력 향상, 레퍼토리 확장에 이르기까지 서울시향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2015년 말 박현정 전 대표와 갈등으로 정명훈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은 데다 서울시향 직원들과 박 전 대표의 법적 소송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흐지부지됐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