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시작” 정면돌파 택한 윤석열, 선언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입력 2022-01-06 04:0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다시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갈등을 빚었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했고,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으로 지목됐던 권성동 사무총장 등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비대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고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를 꾸렸다. 윤 후보는 “국민이 기대하셨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며 “국민들께서 듣고 싶어하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그동안 두 번의 기회를 허무하게 놓쳤다. 첫 번째 기회는 지난 11월 5일 후보 선출 이후였다. 윤 후보는 당내 경선의 당원 투표에서 앞섰지만 국민여론조사에선 홍준표 의원에게 10% 포인트 이상 뒤졌다. 2030세대와 중도층이 윤 후보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있다는 지표였다. 윤 후보는 이에 답할 책무가 있었지만 한 달을 허송세월했다. 선대위를 꾸리지도 못했고, 원로와 중진 및 측근들은 서로 주도권을 쥐겠다며 기 싸움을 벌였다. 당내 안팎에선 벌써 선거에서 이겼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 정점이 이준석 대표의 당무 거부 파동이었다.

두 번째 기회는 김 위원장을 원톱으로 내세운 선대위가 출범한 지난달 6일 이후였다. 김 위원장을 영입해 전열을 정비했다면, 국가 운영 비전을 제시하는 게 순서였다. 윤 후보도 “당의 혁신으로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 기반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 후보가 보여준 모습은 부인 김건희씨의 마지못한 사과 기자회견, 노재승·김성태·함익병씨 등 영입 인사의 낙마 사례만 추가됐다. 잦은 말실수도 주기적으로 등장했다. 언론과 지지자들이 ‘무조건 문재인 반대’가 아닌 국가를 이끌어갈 청사진을 주문했지만, 윤 후보는 응답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지지율이 추락했고, 50%를 넘나들던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마저 하락했다.

두 번의 기회를 놓친 윤 후보가 초심을 말하며 재출발을 다짐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말보다 실천이다. 여전히 윤 후보의 말에는 ‘다짐’만 있고 ‘어떻게’가 빠져 있다. 국민은 공정하고 통합된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윤 후보의 구체적인 비전이 궁금한데, 대답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 결별하면서 새로운 동력을 얻기도 힘들어졌다. 윤 후보는 “제게 시간을 조금 내주십시오. 확실하게 다른 모습으로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드리겠습니다”고 말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이번이 세 번째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