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도 걸음걸이도 이산처럼”… 인생캐릭터 만난 이준호

입력 2022-01-06 04:06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정조 이산(이준호)이 성덕임(이세영)이 차려준 만둣국상을 받으며 웃음을 짓고 있다. MBC 제공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이산(정조) 역으로 활약한 배우 이준호가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 복무로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옷소매…’로 순탄하게 복귀했다.

이준호는 이번 작품에서 한 여자를 절절히 사랑하는 남자, 그러면서 백성과 나라를 생각하는 정조의 모습으로 완벽히 분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평생 아픔으로 지니는 감정선까지 섬세히 표현하면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드라마는 지난 1일 시청률 17.4%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준호는 4일 화상으로 인터뷰를 갖고 “제가 예전에 KBS 드라마 ‘김과장’(2017년)에서 서율 역할을 했을 때도 (인생 캐릭터라는) 칭찬을 받았다”며 “즐거운 칭찬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 인물과 혼연일체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좋은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드라마 초반부에 이산은 궁녀 성덕임(이세영)을 연모하면서도 그 감정을 직설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덕임을 향한 마음도 “네가 나에게 휘둘렸느냐, 내가 너에게 휘둘렸느냐”며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시청자들이 가장 열광한 대사 중 하나였다. 이준호는 “이런 멋있는 대사를 어떻게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할지), 듣는 이로 하여금 기분 좋게 들리도록 할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는 위엄 있으면서 맑고 바른 성품의 정조를 최대한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애드리브도 최대한 자제했다고 한다. 이준호는 “정자세로 책을 읽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몸에 익히도록 노력했고 대사나 눈빛, 말투 등 사소한 디테일을 신경 썼다”며 “걸음걸이도 퍽퍽 걷는 게 아니라 사뿐사뿐 위엄 있게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엄 있는 게 뭔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정조 즉위식은 그에게 가장 벅찬 장면이었다. 이준호는 “상복을 입은 채 어도를 밟고 편전에 들어가 왕좌를 바라보기까지 한마디 말도 없이 묵묵히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편전의 문을 열자마자 왕좌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드디어 이산이 정조가 돼가는 그 순간의 모습이 굉장히 묵직하게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정조가 과연 덕임의 마음을 알았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이준호는 “(이산도) 알았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는 “덕임이 산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안 한 게 우리 드라마의 포인트다. ‘왕은 궁녀를 사랑했으나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드라마 캐치 프레이즈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부합한다”면서 “그래도 덕임이 산을 사랑했다는 건 행동만으로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준호에겐 아직 ‘옷소매…’의 여운이 짙었다. 그는 “공백기를 거치면서 배우로서, 가수로서 보여주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는데 초반에는 마음만큼 연기가 따라주지 않았던 것 같다”며 “드라마를 다시 보고, 아쉬운 부분들을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