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참석 선수 중 최고참인 쇼트트랙 곽윤기(32)가 답변 전 생각에 잠겼다. 한 달 뒤로 다가온 올림픽에서 개인 목표를 물었을 때였다. “‘쇼트트랙이 역시는 역시구나’라고 하시게끔 하고 싶지만, 그럼 정말 좋겠지만요.” 입을 뗀 그의 눈빛이 진지했다. “이번 올림픽이 제 마지막 무대겠지만, 빙상 꿈나무들에게는 꿈의 무대예요. 마무리하는 자리가 후배들에게는 가치 있는 자리, 꿈꿀 수 있는 자리 되도록 쑥스럽지 않은 경기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두고 국가대표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5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를 열고 기자회견을 했다. 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선수·지도자들을 비롯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선수단장을 맡은 윤홍근 빙상경기연맹 회장, 유인탁 선수촌장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방역 수칙 아래 열렸다. 기자단은 3차 접종(부스터샷) 완료뿐 아니라 행사장 출입 48시간 이내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 했고 선수촌 입구에서 다시 PCR 검사를 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유 촌장은 “선수들이 외국 전지훈련을 코로나19 때문에 충실히 못 했다. 경기력 저하도 분명 있었고 우려도 된다”면서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곽윤기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훈련이 많이 힘들었다”면서도 “(지난해) 도쿄올림픽을 스포츠팬이자 국민으로서 응원하며 봤다. 이런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하계 선수들에게서 얻었다. 힘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외에도 이번 올림픽은 쉽지 않은 환경이다. 개최국 중국의 텃새가 예상되고, 현지 환경에 대한 정보도 공개된 게 적다. 이 회장은 “중국 측에서 코로나19 지침 관련한 걸 아직 알려준 게 없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선수단 목표치는 금메달 1~2개, 종합순위 15위 정도로 설정돼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28)은 “선수들은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시합에 임한다. 그런(금메달 1~2개인) 목표는 선수들에겐 의미 없다. 개인이 어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동계 주력 종목인 쇼트트랙은 지난 시즌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선수들의 컨디션이 다소 떨어졌다가 최근에야 끌어올린 상태다. 곽윤기는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쇼트트랙 1차 월드컵을 다녀왔을 때 선수들끼리는 우리에게 쉽게 (실격) 판정을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경험을 토대로 아예 조금의 실격 여지도 주지 않도록 더 치밀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4년 전 평창올림픽 스타로 떠올랐던 여자컬링 ‘팀 킴’도 각오를 밝혔다. 김선영(28)은 “평창 이후 여러 과정을 겪으며 팀이 더 단단해졌다”면서 “올림픽에 한 번 더 참가하는 게 뜻깊다.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명섭 감독은 “평창 대회에서는 나라에서 올림픽에 보내줘 소중한 경험을 했다면 이번 대회 출전권은 선수들이 직접 획득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세대교체 주자 김민석(22)은 “다음 달 8일 열릴 1500m 대회에서 제가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첫 스타트를 끊는다. 거기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뒤따르는 선수들도 힘을 받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서는 쇼트트랙 이유빈(20)은 “평창 때는 미성년자라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치열한 레이스를 해서 보는 국민을 즐겁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진천=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