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택시’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산업계는 올해를 에어택시 사업의 중요 시점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도심항공교통(UAM) 기반 구축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두 달 사이에 UAM 시장 공략을 위한 합종연횡,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
UAM은 폭발적 성장을 예고하는 미래 산업이다. 5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UAM 시장 규모는 2020년 70억원 수준에서 2040년 175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들 발걸음도 바빠졌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16일 UAM 사업 진출을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롯데지주·롯데렌탈은 미국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 모비우스에너지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UAM 실증 비행을 추진키로 했다.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의 호크5를 에어택시용 기체로 활용할 계획이다. 2024년 인천공항~서울 잠실 구간을 운항하는 게 목표다.
일주일 뒤인 같은 달 23일에는 카카오가 UAM 시장에 공식적으로 뛰어들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독일 UAM 기체 제조사 볼로콥터와 ‘한국형 UAM 서비스 모델 고도화 및 상용화 준비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지난해 7월부터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국 UAM 시장의 수요가 얼마일지, 비행경로를 어떻게 설정할지, 이·착륙장(버티포트)을 어디에 둘지 등을 따지고 있다. 다음 달까지 연구 결과를 분석한 뒤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UAM 운영 방식을 찾아내 상용화 작업에 들어간다.
SK텔레콤은 최근에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UAM 사업 TF’를 꾸리며 속도를 붙였다. TF에는 사내 기술·인프라, 전략, 사업개발, 파트너십 담당 임원들이 대거 포진했다. 티맵모빌리티와 협력해 UAM, 지상모빌리티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신규사업 조직을 만들면서 CEO 직속으로 배치한 전례를 찾아보기 드물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 남양연구소 등에 흩어져 있는 UAM 관련 사업 부문을 한 곳에 모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용산구 원효로 현대차 서비스센터 부지의 용도 제한을 완화하면서 이곳을 UAM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달 16일에는 현대차, KT, 인천공항공사, 현대건설이 참여한 UAM 컨소시엄에 대한항공이 참여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운항·통제시스템 구축을 맡는다.
기업들이 UAM 사업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정부 움직임이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UAM 기술 기준이나 제도 마련 등 상용화 작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2025년 UAM 상용화를 위한 민관합동 실증사업 ‘한국형 그랜드 챌린지’를 추진키로 했다. 올해는 전남 고흥 비행시험장 등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내년에는 UAM 기체와 통신체계 안전성 확인 등 1단계 실증작업을 수행한다. 2024년엔 실제 상용화가 예상되는 노선에서 2단계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