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독서실 등 ‘방역패스’ 효력정지

입력 2022-01-05 04:01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는 4일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의 한 학원에 붙은 방역패스 안내문. 연합뉴스

법원이 학원과 독서실 등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적용한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정부 조치로 백신 미접종자의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학습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된다는 이유에서다. 방역패스의 정당성을 지적하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오자 정부는 유감 표명과 함께 즉시 항고 뜻을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는 4일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대표 등이 질병관리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일 복지부가 발표한 대책 중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를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로 포함시킨 부분은 본안 사건의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12~18세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는 오는 3월로 시행이 연기된 상태지만, 성인이 학원·스터디카페 등을 이용할 때 방역패스를 제시하도록 한 조치는 이날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재판부는 정부 조치가 사실상 백신 미접종자에게만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봤다. 학원·독서실을 이용하려는 미접종자의 학습권을 제한하는 건 교육의 자유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적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해당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의사와 관계없이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되므로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고 짚었다.

백신 미접종자가 감염병을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인용의 근거로 쓰였다. 재판부는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도 이른바 돌파 감염이 상당수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어린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재판부는 고려했다. 재판부는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으로 이르게 될 확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현저히 낮다”며 “미접종자의 학원, 독서실 등에 대한 이용마저 제한해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게 정당화될 정도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법원 결정에 대해 복지부는 “본안 소송을 신속히 진행하고,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대해서도 법무부와 협의하여 항고 여부를 조속히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송을 대리한 함인경 변호사는 “(이번 결정이 나온 건) 복지부가 국민과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유사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양민철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