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국민적 합의 없는 노동이사제 도입 중단해야”

입력 2022-01-05 04:05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안건조정위원회 회의장에 노동이사제 관련 서류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재계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4일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큰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부작용 검토나 국민 합의 없이 법안 개정이 강행되고 있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의 경영참여제도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찬성하는 쪽에선 주주 외 이해관계자 이익보호, 효과적 감시자 및 조언자 역할 수행, 정보 교환, 인적자본 투자 증진, 기업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의 효과를 낸다고 본다.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이 2016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현재 전국 10개 광역시·도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82개 투자·출연 공공기관이 운영 중이다.

5개 경제단체는 “우리나라의 갈등적 노사관계 환경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사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를 더 조장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으로까지 확대할 경우 이사회 기능 왜곡,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 저하 등의 부작용을 양산해 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 명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5개 경제단체는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노동이사제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경제계는 국회가 이 법안에 대한 추가적인 입법 절차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노동이사제가 한국의 기업·경영 환경에 적절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경총이 전국 4년제 대학의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에 관한 전문가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61.5%가 노동이사제를 민간기업에 도입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44%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늘 것이라고 지목했다.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대답은 24.0%에 그쳤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노조 측으로 힘의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응답도 68.5%로 조사됐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은 지난달 1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지난달 20일 국회를 방문해 “효율적 의사결정의 지연, 정보 유출 등 많은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