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를 두고 “아동 보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의견과 “법이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는 유기를 방조한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을 유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는 행위 자체도 유기에 해당돼 허용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베이비박스에 유기하더라도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적극적으로 추적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주로 유기 행위로 아이가 숨지거나,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되찾기 위해 자수하는 경우에만 수사에 착수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4일 “베이비박스에 유기하는 부모들을 전부 추적해 검거해 버리면 향후 그런 부모들은 경찰을 피해 결국 길에다 아기를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며 “영아 유기의 사각지대가 더 넓어질 수 있어서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는 한 경찰이 먼저 나서서 수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모의 인적사항을 알게 되는 경우는 예외다. 혐의가 뚜렷한 상황에서 친모의 인적사항이 특정되면 수사기관이 사건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법원도 아동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부모가 영아를 유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죄질이 무겁다고 보고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다만 베이비박스에 유기하는 경우는 어느 정도 ‘아동 보호’의 의사가 있는 것으로 해석해 정상 참작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유기로 판단해 죄를 묻지만 양형에서 어느 정도 감안해주는 것이다.
2020년 베이비박스에 영아를 유기한 친부에 대해 법원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것 역시 정상 참작이 된 경우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무책임하게도 자신의 자녀를 유기해 영아의 생명, 신체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동을 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도움의 손길이 닿는 곳에 영아를 유기해 결과적으로는 다행히도 짧은 시간 내에 아기가 구조됐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사가 언급한 ‘도움의 손길이 닿는 곳’이 바로 베이비박스였다.
2015년 베이비박스에 영아를 유기한 사실혼 관계의 남녀에 대해서도 법원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사는 “신생아인 피해 아동을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유기해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다만 유기장소는 피해 아동이 비교적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 관계자는 “이곳은 버려지는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판 신용일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