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빨리 수습해서 공당의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선대위 쇄신을 선언한 만큼 결국 바닥을 찍고 올라올 것이라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4일 기자들이 국민의힘 내홍에 관해 묻자 “빨리 수습이 돼서 국민을 대표하는 공당으로서 역할을 잘해주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미래를 향한 정책 경쟁에 함께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전날 윤 후보에게 ‘연기를 좀 해 달라’고 말한 것에 관해서도 “이 부분에 대한 말씀은 제가 하지 않는 게 적절한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자세는 자칫 방심할 경우 우위를 뺏길 수도 있다는 경계심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보수의 특징은 내홍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리가 가능한 위계질서가 있다는 것”이라며 “결국 내홍은 수습되고 국민의힘이 치고 올라오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해찬 전 대표도 “경거망동 말라”고 경고했고, 이 후보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도 “상대가 자중지란에 빠졌으니 ‘적당히 대충해도 이기겠지’ 하는 자만이 코로나처럼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선대위 내에선 윤 후보 지지율이 너무 빨리 급락한 것에 오히려 불안감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선대위 전략그룹의 한 관계자는 “1월 말쯤 급락할 것으로 봤는데, 1월 초부터 이 정도로 떨어질 줄은 몰랐다”며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것은 이 후보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국민의힘 조직은 여전히 완고하다”며 “지금 발생하는 문제는 윤 후보의 능력 등에 대한 문제이지 야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도 일부 이어졌다. 선대위 디지털혁신대전환위원장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YTN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선대위의 공통분모는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