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종인 없는 ‘홀로서기’ 선택… 선대위 직할체제로 갈 듯

입력 2022-01-05 04:02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제외한 국민의힘 선대위 지도부가 일괄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회의실이 텅 비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고 끝 결론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결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기존 선대위를 완전히 해체하는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최소 규모의 슬림화된 선대위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의도다. 이런 방식을 통해 김종인 위원장은 선대위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윤 후보는 서울 서초구 자택에 머무르면서 이 같은 쇄신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윤 후보는 정치 참여를 선언했던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만 바라보고 대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위원장의 도움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선택한 것이다.

윤 후보는 선대위를 직할 체제의 실무형 조직으로 재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적인 선대본부 기능만 남겨 놓고, 기존 선대위의 실·본부장급 현역 의원과 당직자들은 전국 각지로 하방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석열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 총장은 선대위 쇄신 방안과 관련해 “윤 후보가 언제 최종적으로 결정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와 함께 윤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의원은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자신의 동의 없이 선대위 전면 쇄신을 발표한 이후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이날까지 이틀째 잠행을 이어갔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쇄신을 발표한 ‘단독 플레이’에 강한 불쾌감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윤 후보 측은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에게)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하는 바람에 더불어민주당에게 ‘아바타’ ‘꼭두각시’ 등 윤 후보를 공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며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였다.

윤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윤 후보의 동의 없이 선대위 쇄신을 발표한 김 위원장의 처사는 ‘상왕의 월권’, ‘후보 패싱’이 아니냐”면서 “김 위원장이 윤 후보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연이어 내놓은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원은 “지금 선대위 내부에서 ‘누가 대선 후보냐’라는 말이 돌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에 둘러싸인 윤 후보가 선대위 쇄신과 관련해 또다시 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있어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발표했던 것”이라며 “‘후보 패싱’이라기보다는 불가피했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와 김 위원장 간의 갈등이 알려진 것보다 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은 김 위원장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한 재선 의원은 “대선에 질 경우 우리는 계속 야당을 해야 하지만, 김 위원장은 떠나면 그만인 인물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기보다는 조금 더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문동성 손재호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