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말로 종료할 예정이던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혜택을 오는 6월까지 연장했다. 2018년 7월 이후 7번째다. 연례행사처럼 연장을 반복하자 자동차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선 아예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가 필수품인 상황에서 개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본래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데다, 정책 부작용까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자동차 개소세 인하를 연장키로 한 배경에는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신차 출고 지연상황이 자리한다. 구매 계약을 맺고도 늦어지는 출고 때문에 개소세 인하 혜택을 못 받는 사례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정부는 침체한 경기를 활성화하는 정책수단으로 자동차 개소세 인하카드를 자주 써먹었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2018년 7월부터 2019년 말까지 개소세를 30% 내렸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를 겪은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 70%를 인하하기도 했다. 같은 해 7월부터는 30% 내린 세율을 적용한 뒤, 6개월 단위로 연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되풀이하는 개소세 인하 조치가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본다. 정책효과 반감을 우려한다. 소비 진작의 효과는 감소하고, 인하 혜택이 끝나거나 줄면 오히려 차량 판매가 둔화되는 일이 반복한다는 것이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시적인 개소세 인하가 끝나더라도 또 인하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된다면, 정상적인 소비행위가 일어나기 어렵다. 일관성 없는 인하 정책 때문에 자동차 개소세를 제대로 낸 소비자 입장에서는 형평성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잦은 개소세 인하 혜택에 내성이 생겨 원래대로 5% 세율을 적용할 때 비싸다는 생각을 갖게 돼 구매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차 가격 상승과 함께 개소세가 자동차 산업 활성화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차량용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신차 가격이 오를 전망인데, 소비자들이 개소세 부담을 덜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소세는 1977년 7월 사치성 물품의 소비 증가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경제의 불건전성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소비세에 뿌리를 둔다. 2008년 명칭을 바꿨다. 자동차를 사면 부가가치세, 취득세와 별도로 개소세를 내야 한다.
자동차에 개소세를 적용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은 끊임없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승용차의 경우 보급 보편화 현실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사치재로 보기 어렵다. 국민 소비부담 해소 등을 위해 개소세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별도 개소세 없이 부가가치세 및 등록세만 부과한다. 일본도 개소세를 매기지 않는다.
국회에서도 개소세 폐지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자동차 개소세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00만원 미만 자동차의 경우 개소세를 면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