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애환을 담은 웹 드라마 ‘백수세끼’가 취업 최전선에서 힘겨워하는 청년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취업에 실패해도, 실연을 당해도 밥은 먹어야 한다며 취업준비생들을 다독인다.
‘백수세끼’의 메시지는 한 마디로 “세상에 까이고 애인에게 차여도 배는 고프고 밥은 넘어간다”로 요약된다. 늦깎이 취준생 재호(하석진)는 밥심으로 사는 백수다. 매번 면접에 떨어지고 먼저 취업한 여자친구에겐 차였다. 그래도 절대 끼니를 거르지 않는다. ‘밥은 꼭 챙겨 먹어. 먹을 것을 잊으면 정신을 잊는다’는 어머니 말씀대로 산다.
이 드라마는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 ‘백수세끼’(작가 치즈)는 월요 웹툰 상위권을 차지하는 인기 웹툰 중 하나다. 드라마는 지난달 10일 첫 방영 이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티빙의 1회 예고편 클립은 조회수 40만회를 기록했다. 리뷰 전문 유튜버인 고몽은 “진짜 서러운 백수의 삶을 그린 꿀맛 드라마”로 소개했다. 하석진의 실감 나는 연기도 호평을 받고 있다.
‘백수세끼’는 취준생의 짠 내 나는 생활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재호는 편의점에서도 1+1 프로모션이 진행 중인 상품만 골라 산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 백수 생활이 이어지면서 낮아지는 자존감에 괴로워한다.
그래도 힐링의 메시지를 잃지 않는다. ‘지금 당장 실패를 겪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 밥은 굶지 말고 다니라’고 이야기한다. 끼니에 진심인 재호는 면접을 망친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라탕을 먹는다. ‘면접을 마라탕과 같이 말아먹었다’고 속으로 외치며 웃는다. 면접에서 죽을 쑤고도 밥은 굶지 않는 저력을 보여준다.
‘백수세끼’에는 ‘먹방’을 보는 듯한 재미도 있다. 극에 등장하는 음식은 초근접 샷으로 촬영되며 재호는 늘 음식을 한껏 음미하며 먹는다. 맛 묘사도 섬세하다. 원작 웹툰 ‘백수세끼’가 음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도 드라마에서 잘 살렸다. 곱창집에서 재호는 “(면접장에서)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다 훌륭하고 뛰어나고 잘난 사람 같은데 나는 세상 속에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이웃인 은호(고원희)에게 털어놓는다. 은호는 재호를 곱창에 비유하며 위로한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소에 있는 비싼 고기를 다 가져가고 남은 창자를 구워 먹은 게 곱창의 시작이란 설이 유력해. 쓸모없다고 생각한 가축의 창자가 꽃등심 부럽지 않은 대한민국 최애 음식 중 하나로 등극한 거지. 그쪽도 어딘가에서 곱창, 최소 이 염통 같은 존재는 될 수 있는 거야.”
은호의 말에 재호의 표정이 편안해진다.
지난달 31일 8회가 방영된 ‘백수세끼’는 12부작이다. 남은 회차에선 취업에 성공한 재호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