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반전 카드’에 윤석열 ‘숙고의 시간’… 국힘 격랑 속으로

입력 2022-01-04 04:02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마친 후 떠나고 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선대위 전면 쇄신 움직임과 관련해 이날 일정을 취소한 데 이어 4일 일정까지 전면 취소했다. 윤 후보는 선대위 쇄신과 관련해 “선거도 얼마 안 남았으니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선을 65일 앞둔 상황에서 중대 기로에 섰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져 위기감이 고조되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3일 선대위 전면 개편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사실상의 선대위 전면 해체를 맞게 된 국민의힘은 이날 극심한 혼돈 속에 온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당내에서는 반전 카드였던 선대위 전면 재편이 오히려 또 다른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감지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를 전반적으로 개편할 것”이라며 “본부장 사퇴를 포함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선대위 인적 쇄신을 ‘헛소리’라고 일축했었다. 하지만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윤 후보 지지율이 추락하고,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지자 김 위원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지지세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 옮겨가는 모습도 국민의힘 선대위의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만큼 통상적인 대응으로는 극적 반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기에 대한 절박감과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선대위 전면 개편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의 선대위 전면 개편 선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 후보와 김 위원장 간 완전한 교감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선대위 전면 개편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이날 한국거래소 신년 개장 행사 참석 도중 선대위 개편 소식을 듣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당사로 급히 복귀해 관련 논의에 들어갔다. 윤 후보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했고, 이후 두문불출하면서 숙고의 시간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후보가 상당히 당황한 것 같다”면서 “현재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누구 하나 저질러서 발동을 걸지 않으면 선대위 개편에 시간이 너무 끌어질 거 같아서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이 지난 주말 선대위 쇄신을 논의했지만, 윤 후보는 전면해체 수준으로 선대위 개편이 전격 단행될지는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또 “새롭게 만들 총괄본부가 후보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직접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에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 3인방이 당직과 선대위직 사퇴를 선언하며 상황이 더욱 급박하게 흘러갔다. 이어 상임선대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가 사의를 표명했다.

선대위 전면 개편이 윤 후보 지지율 반전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선대위 개편을 통해 김 위원장이 더욱더 강하게 키를 쥐게 되면 앞서 이탈했던 중도층 3∼4%는 돌아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선대위 개편이 무리수가 돼 지지율 하락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관측도 만만치 않다. 선대위 관계자도 “우리가 초선 현역 의원이 다수고, 인력 풀이 넓지 못해 막상 주요 보직에 올릴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KBS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선대위 개편과 관련해 “빨리 수습되길 바란다. 합리적 경쟁이 가능한 체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상헌 손재호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