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프랑스도 독일도… ‘방역패스’ 법정 다툼으로

입력 2022-01-04 00:02
코로나19 방역패스 제도에 유효기간이 적용되기 시작한 3일 경기도 수원의 한 음식점에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차 접종(얀센은 1차 접종) 완료 시점으로부터 180일이 지나도록 3차 접종을 받지 않은 경우 방역패스는 효력을 잃는다. 이에 따라 7월 6일 이전 2차 접종 완료자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 유효기간이 일괄적으로 만료됐다. 뉴시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적 저항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민 건강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의무와 개인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가 부딪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소송이 제기되기 시작했지만, 백신 의무화 반대시위 등으로 홍역을 앓았던 유럽의 경우 관련 판례와 결정이 쌓이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시민 1023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제기한 방역패스 처분 취소 소송을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에 배당했다. 정부가 사회생활시설 이용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등 백신 비접종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지난달에는 청소년과 학부모가 청소년 방역패스에 반대하는 취지의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기본권 침해 논쟁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프랑스는 한국보다 앞서 방역패스와 유사한 ‘보건패스’를 도입해 위헌심판이 제기됐다.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지난해 8월 “예방접종증명서, 바이러스 음성 검사 결과 또는 감염회복 증명서를 제시하는 것으로 (보건패스)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했다”며 “치료를 해야 하는 의무나 예방접종을 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 게 아니다”고 판시했다. 보건패스 제시 조항이 합헌이라 본 것이다. 보건패스가 평등원칙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백화점과 쇼핑센터에는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므로 바이러스 전파에 상당한 위험이 존재한다”며 “이러한 시설 내의 사업체는 시설 외부의 사업체와 다른 상황에 있다”고 했다.

다만 특정 근로자와 공무원에게 보건패스 제시 의무를 부과한 건 일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봤다. 보건패스 제시 의무를 지키지 않은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을 조기에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의 경우 “근로 계약의 성격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취급한 것이라 위헌”이라는 판단이었다. 법원행정처 ‘해외사법소식’에 해당 사례를 소개한 수원지법 김정환 판사는 “한국에도 방역패스에 관한 논쟁이 있는 가운데 프랑스 헌법위원회의 결정 내용과 근거는 참조할 만하다”고 했다.

독일도 오미크론으로 인한 방역 강화조치 이후 동시다발적 시위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하지만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방역을 위한 행정조치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신체와 생명에 대한 위험에 비해 개인의 자유 제한은 덜 중요하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난해 8월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이들만 법정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한 재판장의 명령에 일부 변호사들이 “백신을 접종했으므로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항고한 일도 있었다. 항고심을 심리한 재판부는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들도 특정 경우 검사할 것을 권고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고, 지역 내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며 “재판장의 명령은 비례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