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년차 직장인이 된 이모(32)씨는 새해 첫날부터 10번째 회사 입사를 위한 이력서를 써내려갔다. 그는 ‘경력 채용’이 아닌 ‘신입 채용’에 도전할 예정이다. 대학 졸업 후 2014년 취업에 성공했으나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입사와 퇴사를 반복해 왔다.
현재 다니는 곳은 중견 IT기업. 그는 이곳에서 물류 관리업무를 1년7개월가량 했다. 그런데 회사는 올 신년 업무계획에서 “물류부서를 없애고 전문업체에 외주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일방적 통보였다.
이씨는 급여를 낮춰 외주 물류회사로 소속을 옮기거나, 현 회사에 남는 대신 직급을 크게 낮추고 아예 다른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결국 ‘중고신입’이 되기로 결심했다. 기존 경력을 이어가면서 더 좋은 조건의 회사에 다시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중고신입은 직장을 다니거나 경력이 있지만 신입으로 기업에 입사하려는 지원자를 뜻한다. 통상은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일정 기간의 경력을 쌓은 뒤 규모가 더 큰 기업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구조다. 하지만 상향식 이동이 아닌 수평 이동을 반복하는 중고신입들도 흔하다.
이씨는 9번의 이직이 반복되는 이유가 다 자신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를 “저스펙자”라고 불렀다. 지방의 사립대 출신에 학점이나 토익 점수도 요즘 기업들 눈높이에 모자란다. 부족한 스펙이지만 열심히 일하면 인정받을 줄 알았으나 오래 일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를 받아주는 회사들은 경영상 부침이 심했고, 그도 이 회사 저 회사를 전전하게 됐다. 그렇게 취업 시장에서 ‘애매한 취준생(취업준비생)’이 돼 있었다.
이씨는 3일 “매번 ‘평생 다닐 회사’라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이력서를 쓰게 될 줄 몰랐다”며 “평생 ‘이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바닥에서 배회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지 두렵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청년, 오늘]
▶①-1
▶①-2
▶②-2
▶②-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