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후보를 공격적인 언사로 비판해 오던 이 후보가 최근 들어선 윤 후보의 발언을 최대한 존중하며 치켜세우기도 한다.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서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싸움닭’ 이미지보다는 여유와 안정감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후보는 3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발표한 공약 내용을 관심 있게 봤는데 훌륭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선거 막바지에 이를수록 국민이 원하는 필요한 일들에 대한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기 때문에 공약 내용으로는 차별성을 발견하기 쉽지 않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윤 후보가 이 후보를 대하는 방식과 매우 대조적이다. 윤 후보는 최근 대구·경북 방문 일정에서 이 후보의 정책 토론 제안에 대해 “확정적 중범죄자와 토론을 해야 하나. 정말 같잖다”고 말했다.
완전한 지지율 골든크로스를 노리는 이 후보는 여유를 찾고 있는 반면, 지지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 윤 후보는 조급한 마음에 언사가 부쩍 거칠어지는 모습이다.
당초 이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토론에 응할 것을 강하게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했었다. 이 후보는 앞서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대의정치에서 정치인이 취할 태도로 적절치 않다”고 윤 후보를 몰아붙였다. ‘정권교체론 대 정권재창출론’ 프레임을 인물 경쟁 구도로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후보는 ‘아웃복싱’으로 기조를 바꾸고 있다. 연일 다양한 정책 공약을 쏟아내며 정책적 역량을 증명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는 향후 일정과 토론에서 온화한 이미지로 갈 것”이라며 “이 후보의 이미지가 평소에도 거칠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윤 후보에게 공감하는 방향으로 메시지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다음 달 후보 토론에서 많은 질문이 오가다 보면 윤 후보가 말실수를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 말씀은 A와 B로도 해석될 수 있는데 어떤 입장이냐’는 식으로 물으면 정책적 역량이 부족한 윤 후보는 A와 B를 섞어서 답변하는 실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안규영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