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진영 매체가 당국의 압박에 줄줄이 폐간을 선언하고 있다. 다음 타깃은 홍콩기자협회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새로 뽑힌 홍콩 입법회(의회)에선 충성선서식이 열렸고, 대학에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게양식이 개최됐다. 새해 들어 홍콩의 중국화가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홍콩 온라인 매체 시티즌뉴스의 데이지 리 편집국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지난주 입장신문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과 체포를 지켜보며 폐간을 결정했다”면서 “언론 업무를 수행하는 데 더는 안전함을 느끼지 못한다. 변한 건 우리가 아니라 바깥 환경”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융 주필도 “우리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시티즌뉴스는 지난 2일 밤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4일부터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홍콩에선 최근 6개월 사이 빈과일보, 입장신문, 시티즌뉴스 등 총 세 곳의 언론사가 문을 닫았다. 홍콩 경찰 내 보안법 담당 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지난해 6월 빈과일보 사옥 등을 압수수색하고 전현직 간부들을 체포한 뒤 자산을 동결했다. 이어 지난달 입장신문을 상대로 똑같은 행동을 취했다. 홍콩기자협회와 시티즌뉴스도 최근 당국으로부터 다음 달 설 이전에 무언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홍콩 당국은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홍콩기자협회를 곧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 탕 보안장관은 지난해부터 홍콩기자협회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며 회원 명단과 자금 출처를 공개하라고 압박해 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년 연설에서 “조국은 줄곧 홍콩과 마카오의 번영 및 안정을 걱정하고 있다”며 “한마음으로 협력하고 노력해야만 일국양제가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 관영 매체는 홍콩 언론이 반중 정치도구가 되지 않도록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학 분위기도 180도 달라졌다. 지난 1일 홍콩이공대에선 학생과 교직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국기 게양식이 열렸다. 지난해 9월 개정된 국기법에 따라 올해부터 홍콩의 각 학교에선 매주 국기 게양식을 열고 학생들은 중국 역사를 배워야 한다. 텅진광 홍콩이공대 총장은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 오전 국기 게양식을 개최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콩이공대는 2019년 11월 반정부 시위 때 시위대가 마지막까지 경찰과 대치했던 상징적인 장소다. 당시 경찰은 학교 전체를 봉쇄하는 진압 작전을 펼쳤고 1100여명의 시위대가 체포되거나 투항했다.
홍콩 입법회에선 이날 새로 선출된 의원 90명의 충성선서식이 열렸다. 홍콩 미니헌법인 기본법을 준수하고 홍콩 정부에 충성하며 책임을 다한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19일 치러진 입법회 선거에서 친중 진영은 90석 중 89석을 싹쓸이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