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억 횡령 오스템 직원 ‘파주 슈퍼개미’ 행세 정황

입력 2022-01-04 04:06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인 오스템임플란트가 1880억원의 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해 3일 거래가 정지됐다. 경찰이 조사에 나섰지만 한 달 전에 비해 10% 이상 오른 주가에 올라탔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해당 직원은 횡령한 돈으로 증시에서 ‘슈퍼개미’ 행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거래소는 향후 15거래일간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인지를 검토한다. 심사 대상에 오르면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하게 된다. 횡령액을 빠르게 회수하지 못해 사업 운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상폐까지 이어질 수 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횡령 건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회사의 전반적인 재무 상태,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자금관리 직원 이모씨를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씨의 횡령 금액은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 2048억원의 91.81%를 차지한다. 이씨는 2018년 입사해 재무 부서의 팀장으로 근무했다.

이씨는 회사의 잔액 증명서를 위조해 자금을 개인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이씨의 상사인 재무 담당 실장이 관련 서류를 점검하다가 횡령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천억원의 회삿돈을 한 개인이 어떻게 임의로 빼돌렸는지는 의문이다. 경찰은 공범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29일까지 출근한 후 잠적한 상태다.

이씨는 횡령한 돈으로 주식을 대량으로 사고판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동진쎄미켐 지분 7.62%를 약 1430억원에 사들인 ‘파주 슈퍼개미’와 이씨의 이름 등 인적사항 일부가 일치한다. 이 슈퍼개미는 지난 11~12월 300억원가량 손실을 보고 보유 주식의 86%를 매도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거래소는 이씨와 슈퍼개미가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