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사회과학대, 77년만에 첫 여성 학장 탄생

입력 2022-01-04 04:02 수정 2022-01-04 04:02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첫 여성 학장이 탄생했다. 남성 중심적인 학문으로 꼽히는 사회과학대학장에 여성 교수가 뽑힌 것을 두고 여성 참여에 대한 사회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는 3일 권숙인(사진) 인류학과 교수가 사회과학대학장 임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사회과학대 전신인 문리대(1946년) 개교 이후 77년만이다.

권 학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성 최초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으로 취임한 데 대해 “1981년 내가 학교에 입학한 이후 40년 간 한국 사회가 극적으로 변해가는 걸 목격했다”며 “한국 사회 젠더 문제나 대학 캠퍼스 내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예전보다 크게 커졌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과학대학은 문과계열 중에서도 남성 중심적인 영역으로 평가돼 왔다. 정치학과, 외교학과, 경제학과 등이 주류가 되다 보니 전통적으로 해당 학문을 주도하는 남자 교수들이 사회과학대학의 주축을 이뤄왔다. 서울 주요 대학 소속 사회과학대학 18곳 중에서도 현재 여성 학장은 3명(중앙대·건국대·이화여대)에 불과하다.

학생 인적 구성의 변화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간된 서울대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과학대학에 학부생으로 재적 중인 여학생 비율은 41.1%였다. 석사 57.4%, 박사 62.3%로, 고학력으로 갈수록 여성의 비중이 더 높아진다.

권 학장이 입학했던 1981년에는 신입생 600여명 중 여학생 수는 13명에 그쳤다고 한다. 그 중 인류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여학생은 권 학장이 유일했다. 현재 인류학과 학부생 중 여성 비율은 68.3%에 이른다.

다만 교수 성비에서는 여전히 남성이 압도적이다. 학장 투표권을 가진 사회과학대 교수 142명 가운데 여성 교수는 30명이다. 권 학장은 “사회과학대학은 사회 변화를 직접적으로 일선에서 다루는 학문”이라며 “여성 학장이 나왔다는 건 동료 교수들이 리더를 바라보는 인식도 사회 변화에 발맞춰 바뀌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많은 여자 교수, 여자 학장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학장은 서울대 인류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0년 숙명여대 일본학과 조교수로 부임했다. 6년 뒤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2016년 서울대 여교수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2020년에는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위원을 맡기도 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