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함께 기도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모였다. 한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기도회는 1년 4개월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사이 참여 국가와 참여자가 늘었다. 50여개국, 200여명의 선교사들이 매일 아침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에서 기도하고 있다.
선교사들은 지난달부터 세계선교사중보기도회(KWMI)라는 이름으로 기도회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와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교사를 돕기 위해 정성도 모았다. KWMI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도회를 시작한 뒤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활동하던 선교사 64명이 순직했고 이 중 45명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해를 넘기면서 KWMI는 3일 ‘2022년 신년기도회’라는 이름으로 특별 새벽기도회(특새)를 열었다.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 비사야 지역 선교사와 현지 교회들을 돕기 위한 특새로 7일까지 계속된다. 최대 풍속 시속 259㎞에 달하는 초대형 태풍 ‘라이(RAI)’는 지난달 16일 필리핀 남동부에 상륙해 중부 비사야 제도와 북부의 민다나오 지역까지 광범위한 피해를 입혔다. 400여명이 숨졌고 3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농작물과 수많은 가옥, 건물 등도 파괴됐다.
선교사들도 피해를 입었다. 네그로스섬에 있는 A선교사는 나무가 교회를 덮치면서 부상을 입었다. 개척한 2개 교회도 모두 태풍으로 파괴됐다.
특새에선 김문훈(부산 포도원교회) 고명진(수원중앙침례교회) 방선기(전 이랜드 사목) 목사와 박상은(안양샘병원) 원장, 정창덕(송호대) 총장이 강사로 나선다. 고명진 목사는 “코로나뿐 아니라 홍수와 태풍 등 자연재해까지 덮치면서 현장 선교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고난 가운데 있는 그들에게 위로와 힘이 됐으면 한다”며 기도회에 함께한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 날엔 김문훈 목사가 ‘아이야의 축복’(창 12:1~3)을 말했다. 김 목사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은 약점 많고 어려움이 많은 약한 사람이었지만 하나님은 그들이 어려울 때 피난길을 열어주시고 약할 때 강함으로 역사하셨다”면서 “하나님은 약함을 강함으로 만드시는 분이다. 사역이 어려운 이때 하나님은 선교사님들에게 100배의 힘을 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김 목사는 설교 이후 연약함을 성령의 능력으로 강하게 해 주시고,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날 특새엔 전 세계에서 210명의 선교사들이 함께했다.
KWMI는 특새와 함께 필리핀 현지 선교사와 현지인 돕기에도 나선다. 마닐라 지역 선교사들이 구호가 필요한 곳에 구호물품과 헌금을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KWMI 관계자는 “코로나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도움의 손길이 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한국교회가 많은 기도와 관심을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